“뼈 빠지게 고생해서 의대 보내놨더니 놀기만”
의대생 학부모들 학교 측 ‘데드라인’에 발 동동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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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김용재 기자] 의대 휴학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의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의대 안팎으로 의대생 복귀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움직임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의대 학장들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의식한 학부모들은 자녀가 ‘정상적으로’ 학교 다니길 바란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15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학장들은 의대생 복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대 학장들이 1년이 넘는 의정갈등 사태에서 학생들의 복귀 독려에 적극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의대 학장들이 건의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0명’ 카드를 수용하면서 한발 양보했기 때문이다.
의대 학장들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복귀를 설득하는 ‘당근’과 함께, 이달 중 미복귀 시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채찍’도 제시하고 있다. 한 의대 학장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급, 제적 등 학칙에 따른 처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림과 동시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학생들이라고 전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모습.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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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이 의대생 복귀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것은 대학별 학칙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대는 학칙에 따라 출석 일수의 4분의 1 이상 수업을 듣지 않으면 F학점 처리된다. 출석 일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한이 바로 이달 말이기에 데드라인으로 설정됐다.
올해 이른바 ‘빅5’ 의대에 합격한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학교는 안 가고 매일 노느라 바쁜 (자녀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뼈 빠지게 일하고 고생해서 의대 보내놨는데, 이젠 노는 데 돈을 다 쓰고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언제까지 의대생들이 철없고 무모한 행동을 계속할지 모르겠어 더 속이 터진다”라고 했다.
또다른 의대생 학부모 A씨는 자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우울해한다며 하소연했다. A씨는 “우리 아이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하고 의학을 공부하고 싶어한다”면서 “학장님과 교수님들이 다 간곡하게 돌아와달라고 하는데, 선배 의대생들이 이제는 좀 스승들의 말을 따라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폐쇄적인 의대 구조상 신입생은 학장·교수보다 선배들의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수도권 소재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생들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배들의 휴학 강요”라며 “‘집단 낙인찍기’만 없으면 돌아오겠다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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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대생 사이에서도 복학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휴학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정부의 내년도 조건부 의대 증원 동결 선언, 학교의 압박·설득 등에 의대생 내 기류 변화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 의대생의 수업 참여율은 1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대 24학번인 A씨는 “이젠 공부가 하고 싶다. 노는 것도 지친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뭐가 됐든 의정갈등이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라고 보면 일단 내가 의사여야 된다. 그렇지 않음 사실 나한테 당장 의미 없는 싸움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아직 학생이다. 의사 자격증이라도 딴 선배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커져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비수도권 의대에 25학번으로 입학한 B씨는 ‘타의에 의한 휴학’으로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모두 축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겠다고 들어간 의대인데 정작 합격해서 부모님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단 생각에 죄송하다”며 “학교 기숙사에는 살면서 수업은 안 듣고 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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