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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미국, 한국 ‘민감국가’ 지정···“핵무장” 분출, 윤 정부에 ‘경고장’ 보낸 것[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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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소인수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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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도 한국 내 핵무장론이 확산하자 미국 정부가 경고 및 감시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 동맹 사이 불신이 확인된 데다 첨단기술 협력이 일부 제한될 수 있어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DOE)는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 등 국내외 언론 질의에 “이전 정부(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이미 두 달 전 한국을 SCL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정 효력은 다음 달 15일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과 같은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SCL로 지정한다. 현재 총 25개국이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북한·이란·리비아 등 6개국은 ‘테러리스트 국가’에 올라있고,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도 포함돼 있다.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수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에서 꾸준히 분출해온 ‘한국 핵무장론’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에너지부가 핵 비확산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인 만큼 한국 내 누적된 핵무장론을 주시하다가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거론돼온 한국 핵무장론은 윤석열 정부에서 특히 고조됐다. 북한 핵 무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직접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2023년 4월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강화된 ‘핵우산’ 확장억제력에 합의했으나 한국 내 핵무장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철저한 핵 비확산 입장을 가졌다”며 “확장억제력을 강화해줬는데 한국이 계속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니 관리해야 할 민감한 대상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의 전 세계 동맹 시스템 유지에 가장 중요한 게 핵우산”이라며 “동맹 시스템에 타격을 가하는 핵무장을 용인할 수 없다는 불편한 시각을 낮은 수준에서 표출하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한국 정치 상황도 일부 고려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고려하면 그 이전부터 꾸준히 검토됐을 가능성이 크며, 결국 핵무장론이 강도 높게 누적된 상황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다음 달 15일 효력을 발휘하면 한·미 원자력 등 첨단기술 협력에 제약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에너지부는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했지만 일부 제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는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이 핵확산 문제에서 미국 정부에 낙인찍힌 것”이라며 “미국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미는) 2~3류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가장 중요시해온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불신이 감지됐다는 측면에서도 파장은 크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 회장은 통화에서 “미리 대응하지 못한 한국 정부도 문제이지만 미국도 동맹국으로서 사전 통보와 협의가 없었다”며 “안정된 한·미 관계를 위해 상황을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미국 에너지부(DOE). UPI연합뉴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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