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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계엄이 파괴하는 일상은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다”···인종차별 철폐 외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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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권 노동시민단체들이 16일 서울역에서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대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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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진정영씨(36)는 광장에서 ‘이주민 문제’를 배웠다. 진씨는 “광장에 나오면서 약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주민 관련 집회엔 처음 나와 본다”고 했다. 그는 “과거 반공 구호를 외치던 이들이 최근엔 중국인 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며 “이주민들도 (선주민인) 저처럼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평소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있던 대학생 홍서희씨(26)는 탄핵 찬성을 외치러 나간 광장에서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홍씨는 “광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헌법 1조의 ‘국민’은 이주민을 포함하는지, 누구까지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홍씨는 ‘계엄이 파괴하는 일상은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들어 보였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190여개 이주인권단체는 16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오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희생된 69명을 기리는 날이다.

참가자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속화된 ‘혐중’ 정서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대만 화교 어머니를 둔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의 윤우 활동가는 “‘섬짱깨’ ‘중국인은 더럽다’ 등은 어머니와 제가 수없이 들어왔던 말로 반중 정서는 늘 있었다”면서도 “윤석열은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극우 세력에게 중국 혐오를 부채질했다”고 했다. 이어 “극우·혐오 세력들이 광장과 일상에서 만드는 공포감과 크고 작은 폭력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화된 이주민 차별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들도 쏟아졌다. 아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 등을 최저임금 미적용 돌봄노동자로 활용하는 정책’을 두고 “어째서 이주여성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정부가 앞장서서 하는 것이냐”며 “이주민에게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종차별적인 정책은 멈춰야 한다”고 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사업장 변경 제한을 넘어 지역 이동 제한까지 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없이 많은 산업 현장이 굴러갈 수 없는데도,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모든 이주노동 법제도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정부는 제한된 횟수만큼은 업종 내에서 전국적 이동을 허용했던 고용허가제를 같은 해 9월부터 입국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선 ‘권역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닷새 앞두고 16일 열린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참가자들이 서울역 앞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서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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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은 “한국 정부는 혐오 선동 세력을 방관하고 때론 조장하면서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주민의 인격을 존중하고, 노동과 건강, 사회보장의 모든 면에서 이주민을 차별 없이 대우하라”고 했다.

참여자 300여명은 집회가 끝난 뒤 서울역부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옷을 여미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걸었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 집행위원장은 인권위 앞에서 “윤석열 한 사람이 없어진다고 해서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주민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불온한 존재로 낙인찍는 이 사회를 바로잡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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