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전례없는 '사재 출연'
1월분 정산금 중 일부 부담 전망
홈플 채권 매입·유증 참여 거론
대기업·중견기업은 대상서 제외
입점업체들 "정산기준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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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전례 없이 사재 출연에 나선 것은 가장 취약한 대상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메리츠금융그룹 등 대기업에 해당하는 금융기관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일부 자산가가 포함된 개인이나 법인 유휴자금이 포함된 유동화채권 투자자보다 약자에 속한다.
그러나 김 회장이나 MBK 측이 구체적인 지원 금액이나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홈플러스 입점 업체나 노조는 ‘구체적인 내용을 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파악해 신속히 지급할 계획이다. 아직은 지원 대상만 정했을 뿐 ‘언제’ ‘어떻게’ ‘얼마 규모로’ 사재를 꺼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김 회장의 경우 직접 홈플러스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여금의 보통주 전환 같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과거 오너들의 사재 출연 사례에 빗대보면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런 김 회장도 6000개가 넘는 입점 업체와 2만 명에 가까운 임직원, 중소 납품 업체와 개인투자자까지 엮인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서는 전격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입점 업체들은 하루하루 매출이 홈플러스에 넘어가는 데도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홈플러스 측이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힌 곳조차 아직 받지 못한 경우가 나오면서 입점 업체의 불신은 더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입점 업체는 현재처럼 매출 전체를 일단 홈플러스에 보낸 뒤 임대료·수수료를 빼서 정산 받는 형식이 아니라 매출을 개별 업체가 가져가고 수수료만 내도록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 업체 부회장은 “사재 출연 자체는 감사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소상공인을 나누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면서 “홈플러스에서는 12일 식음료 업체, 13일 리빙 업체에 대금을 줬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어음으로 처리하고 아직 정산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성원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 이순간에도 입점 업체의 매출은 홈플러스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1월분도 아직 정산 못 받은 업체가 많은데 본사가 얼마가 정산됐고 앞으로 계획은 뭔지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의 전격 사재 출연 배경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이나 국민연금 등 대형 채권단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채권단 합의는 필수다. 영업이 정상화되고 단기 유동성 문제를 풀면 홈플러스는 위기를 한 고비 넘어설 수 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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