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정읍 고부보건지소장. 사진 정읍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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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00만원 ‘시골 의사’ 선택
“건방지게 ‘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왔는데 외려 제가 치유받는 느낌입니다. (환자들이) 너무 고마워하세요.”
서울 토박이인 임 소장은 강남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초대 과장을 지낸 고 이한식 전 연세대 의대 교수 등과 함께 대한응급의학회 창립을 주도했다. 응급의료법과 응급의료기금을 만들고, 대한재난의학회·대한외상학회 설립에도 관여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연봉 4억~5억원을 받을 수 있는 그가 3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 ‘시골 의사’가 된 까닭은 뭘까. 임 소장은 “요새 의료 사태 때문에 필수 의료에만 눈이 쏠려 있는데, 당뇨·고혈압·고지혈증과 흡연·비만만 잘 관리해도 중증 환자 발생률이 확 떨어진다”며 “정읍시 면적(693㎢)은 서울시의 1.2배인데 인구는 10만명이다. 지역은 굉장히 넓은데 의사와 보건지소는 드물어 장애인 발생률이 전국 평균 2배다. 그런데도 누구도 조언해 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방에 남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하나 생기면 의료 비용은 4~7배 늘어나 가족 전체의 삶은 망가지고, 세금 낼 사람이 외려 국가에서 돈을 받아야 한다”며 “만성 질환만 잘 관리하면 필수 의료비와 의료 인력을 지금보다 5분의 1 내지 10분의 1로 줄여도 된다”고 했다.
임경수 정읍 고부보건지소장. 사진 임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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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니어 닥터’ 제도 검토해야”
임 소장은 현재 보건지소 2층에 있는 16.5㎡(5평)짜리 옥탑방에 혼자 산다. 다시 일하게 되면서 매달 450만원씩 나오던 사학연금은 끊겼다고 한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서울 집에 갈 때마다 아내가 임 소장에게 “미쳤다. 왜 당신이 선봉에 서냐”고 나무라는 이유다. “나이도 많고 돈도 모자란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면서다.
임 소장이 보건지소에 처음 부임했을 땐 하루에 환자가 한두 명가량 왔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15명이 온다. 관절염부터 고혈압·당뇨·소화장애까지 다양하다.
임 소장은 “서울아산병원은 (의료 수준이) 세계 톱인데, 정읍에 오니 우리나라 수준이 이렇게 미개할 줄 몰랐다. 거의 아프리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읍에 보건지소가 15개 있는데, 의사 6명이 모두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온 공중보건의다. 의료 경험이 짧은 데다 엑스(X) 레이 등 장비도 부족해 자기 경험과 청진기로 진단을 내리고 투약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읍은 고령 인구가 40%”라며 “약국이나 병원에 한 번 가려면 왕복 택시비만 4만원 가까이 나오고 버스는 1시간에 한 대씩 있다. 그러니 아파도 돈이 아까워 병원에 안 간다”고 했다.
정읍=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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