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겨냥 ‘적성국 국민법’
세계대전 중 강제 구금 명분
재판부 “전쟁 상황 아냐”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제임스 보아스버그 미연방법원 판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적성국 국민법 발효에 대해 14일간 집행정지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제기한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보아스버그 판사는 “(법조문에 있는) ‘침략, 약탈적 침입’이라는 용어는 국가 단위의 침략행위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의미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언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나는 오늘 ‘트렌 데 아라과’ 카르텔에 소속된 사람 중 미국에 있으면서 합법적 시민권을 갖지 않은 14세 이상 모든 베네수엘라 시민에 대해 체포·구금·추방할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이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트렌 데 아라과는 베네수엘라를 근거지로 몸집을 키운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다.
1798년 제정한 적성국 국민법은 ‘미국과 외국 정부 사이에 전쟁이 선포됐을 때’ ‘미국 영토에 대한 침공이나 약탈적 침입이 있을 때’ 등 상황에서 발동할 수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프랑스 간 전쟁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정부가 프랑스 편을 들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이 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이 전시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하려는 목적보다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한 명분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비영리조직(NGO) 브레넌센터는 “나라가 평화로울 때 기존 이민법의 한계를 우회하고자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하는 것은 엄청난 남용”이라며 “이 법률에 있는 구금, 추방 조항은 (이민자에 대한) 평등과 적법 절차를 보호해야 한다는 현대적인 상식과 충돌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기로 미국과 거래하는 중남미 국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테말라,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도 미국에서 압송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