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항소이유서 40일 내 제출 안 하면 각하... 재판 지연 해소책 효과 낼까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형사에만 있던 의무화 규정 민사재판에도 적용
변호인 여러 번 선임 새로운 주장 '꼼수' 못할 듯
당사자 변론권 보장·재판부별 편차 줄이기 과제

법원 마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달부터 접수되는 민사소송 항소심에선 40일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각하된다. 항소 남발과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민사소송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갈 때 새로운 주장을 하며 재판을 끌어왔던 일부 당사자들의 행위를 막아 사법부 최대 과제인 재판 지연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각 법원에 77페이지 분량의 '민사 항소이유서 제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에 따른 후속 조치로 관련 규정 변화와 그로 인한 절차 변경, 항소심 심리 모델을 제시한 자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 시행과 함께 바뀐 재판 운영 절차를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들은 이달부터 당사자들에게 항소기록접수통지와 함께 변경된 제도와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안내했다.

재판 지연 '꼼수' 감소 기대


개정안의 핵심은 항소인은 항소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연장 신청한 경우 1회에 한해서 1개월 연장 가능)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항소를 각하한다. 만일 제출 기간이 지난 후 항소인이 이유서에 본래 기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을 한다면 재판부는 그 주장을 각하할 수도 있다. 이 규정은 민사소송법이 준용되는 가사·행정소송에도 적용된다.

형사소송에선 항소이유서를 2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이미 돼 있지만, 그간 민사소송에선 의무화 규정이 없었다. 대신 민사소송에선 항소장을 내면 법원에서 일정 기간을 정해 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해왔는데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당사자에게 큰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불이익이 없다 보니 일선 법원에선 시간을 끌어 보려는 당사자들의 '꼼수'가 적지 않았다. ①첫 기일이 잡힌 뒤 변호인을 선임해 검토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거나 ②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갈 경우, 변호인을 최소 두세 차례 바꿔 계속 새로운 주장을 하기도 했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뒤늦게 새로운 주장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이를 각하하는 걸 주저해 재판 지연이 흔했다"며 "명시적 규정이 생기면서 항소심에서 집중 심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판부별 편차 줄여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좀 더 신경 써야 할 과제도 생겼다. 당사자들의 충분한 변론권 보장과 재판부별 편차를 줄이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건 적체가 심한 법원에선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한참 지난 뒤에 첫 기일을 잡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사이에는 '아무런 주장도 못하는 것이냐'는 민원성 항의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지나서 내놓는 새로운 주장에 대해 엄격히 제한을 가하는 재판부와 그렇지 않은 재판부 간 편차가 발생한다면 당사자의 변론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제도 시행 후 재판부별 사례를 모아 심리 편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당사자들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제때 항소 이유를 밝히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신속한 재판만큼이나 당사자 권리 구제 방안도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