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은 각 동물의 개성과 생명력을 담은 초상 사진을 통해 관람객이 자연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사진은 전시관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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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지구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데요. 지구가 마주한 위기를 보여주고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멸종에서 희망으로,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라는 주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이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송파구에 있는 MUSEUM209에서 열려요. 생명의 다양성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전시죠.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 30여 년간 활동한 조엘 사토리는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1만2000여 종 생명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포토아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단순한 동물 사진을 넘어서는 이 경이로운 작품들은 각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이자 동물과 생명, 또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힘을 보여 주죠.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조엘 사토리가 함께 진행 중인 포토아크 프로젝트는 사진(photo)으로 동물들을 위한 방주(ark)를 담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조엘 사토리는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기록하는 일은 결코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위대한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환경의 변화, 서식지의 훼손, 식용으로 소비되거나 야생 밀매로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해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 조엘 사토리는 전 세계 20만여 종을 모두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은 조엘 사토리의 렌즈를 통해 하나의 생명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의무도 느낄 수 있죠.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초식성 유대류 코알라는 모피 때문에 남획되며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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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들어서면 귀여운 고양잇과 동물 오셀롯이 관객을 맞아줍니다. 오셀롯의 묘한 눈동자가 마치 자신에게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듯 관객들을 지긋이 바라보죠. '우리가 이 동물들의 눈을 깊이 바라볼 수 있다면,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의 섹션이에요. 아담한 크기에 쫑긋 솟은 귀를 가진 오셀롯은 사실 성질은 좀 거친 편이라고 해요. 아름다운 얼룩무늬 모피가 귀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인간들에 의해 많이 희생되며 1972~1996년 '취약' 종으로 분류됐는데요. 2008년 '관심 필요' 단계까지 개체 수를 늘려 유지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어 플로리다퓨마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관객들과 마주합니다. 플로리다주에 서식하는 이 퓨마는 야생에 약 180마리밖에 남지 않아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죠. 개발에 따른 서식지 상실과 차량 충돌로 인한 사고사가 플로리다퓨마의 주요한 감소 원인이에요. 이들이 만약 멸종한다면, 생태계에 엄청난 파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1980년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붉은늑대는 현재 약 70여 마리가 야생에, 200여 마리가 동물원에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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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존연맹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전체 생물종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해요. 개구리·나비부터 마운틴고릴라·코끼리 등 현재 2만2000여 종이 멸종위기죠. 서식지 감소, 기후 변화 등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개체 수가 많이 감소해 살아남은 소수의 무리와 그들의 유전적 변이는 번식 프로그램으로도 보호하기 충분치 않다고 해요. 사진 속 생명체들 또한 대부분 지구에 몇 마리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 30여 년간 활동한 조엘 사토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기록 중이다. 아기 표범과 함께한 조엘 사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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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는 모두 각각의 가치가 있고, 경이로우며, 이 지구에 존재할 권리가 있습니다' 섹션에서 시선을 끄는 사진은 코쿠렐시파카라는 중간 크기의 여우원숭이입니다. 몸길이(30~50cm)보다 꼬리(40~70cm)가 더 길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데 적합한 몸 구조를 갖고 있죠. 짧은 팔 대신 길고 튼튼한 뒷다리를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며, 땅에서 걸을 때는 양팔로 균형을 잡고 마치 춤을 추듯 깡충거리며 걸어요. 초롱초롱한 눈이 마치 빛나는 보석과 닮아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황금들창코원숭이는 판다·래서판다와 함께 중국 3대 보호 동물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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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은 뒤 세상을 떠난 멸종위기 동물도 만나볼 수 있죠. '나비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북부흰코뿔소가 그 주인공입니다. 코뿔소의 뿔을 노린 밀렵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몰린 북부흰코뿔소는나비레의 사망으로 오직 네 마리만이 남았었죠. 그러다 마지막 수컷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지구상에는 두 마리의 암컷만 남게 됐다고 해요. 빙하기부터 5500만 년을 살아온 북부흰코뿔소 역시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죠. 조엘 사토리는 "촬영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멸종이 임박한, 해당 종의 마지막 생존자 앞에서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어요. '나비레'의 이 사진은 어쩌면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한 종의 동물을 멸종위기에서 구해 낸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섹션에서는 보호단체들의 노력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종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에 사는 검은발족제비는 한때 개체 수가 18마리까지 줄어들었지만, 현재는 대초원의 넓은 지역에 분포됐을 만큼 번식에 성공했어요. 원래 서식지에서 사라져버린 멕시코 회색늑대 역시 미국 남서부 지방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자이언트 판다도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죠. 이 섹션에는 우리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프리카표범 사진이 전시돼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표범은 개체 수가 많아서 동물원에 많은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동물원에 있는 거라고 해요. 즉, 사람들이 계속해서 동물원에 표범이 남아있도록 만든 것이죠. 몇 남지 않은 멸종위기 동물들이 동물원에 남아있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식육목 개과 포유류로 멸종위기 관심필요 단계인 북극여우는 북유럽·러시아 등에 서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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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양서류 등은 물론 아시아 영장류까지 다양한 생명체들의 사진을 둘러보면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공존하게 되죠. 포토아크 프로젝트는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그리고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합니다. 만난 적도 없는 생명체에게 깊은 관심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이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모습을 기억하고 눈을 마주치게 된다면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플로리다퓨마는 개발에 따른 서식지 상실, 차량 충돌로 인한 사고사 등으로 야생에 약 18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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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기간: 4월 20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공휴일 정상운영)
입장료: 청소년·어린이 1만2000원, 성인 1만5000원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Photo by Joel Sartore/National Geographic Photo Ark,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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