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내세워 사실상 무역협정 '새 판 짜기' 시사
한미 FTA 재개정 불가피…자동차·농축산물 비관세 압박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를 방문해 연설을 갖고 “우리는 정부에서 불량 행위자들과 부패한 세력을 제거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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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나혜윤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도입과 관련해 무역 상대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미국은 먼저 상호 관세로 상대국을 압박한 뒤 '공정한 상호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워 미국에 유리한 협정을 이끌겠다는 계획이어서, 대미 흑자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에 대한 FTA 재개정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는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때에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미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이번 재협상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정부에서만 두 차례 개정이 이뤄지게 된다.
현재 한미 양국은 FTA 체결로 대다수 상품에 대한 관세는 철폐된 상황이어서, 미국은 미국산 자동차 수출 확대를 위한 '배출 인증 규제' 완화나 '30개월 이하 소고기 월령 제한 폐지' 같은 비관세장벽 완화를 협상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예정대로 4월 2일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개별 국가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한 양자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상대국 조치에 상응하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강조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호관세 이후 각국과 협상을 통해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미 흑자로 인해 '상호관세' 사정권에 든 우리나라 역시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에도 미국의 요구로 FTA 개정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미국이 문제삼은 건 자동차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179억달러였는데, 이중 자동차가 130억달러로 72.6%를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같은 해 10월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하고, 미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차 물량 확대 등의 FTA 재개정에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재협상 수위는 내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이미 발효 중인 한미 FTA를 개정하는 수준으로 협상을 할지, 기존 한미 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지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로선 한미 FTA 개정이냐,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이냐는 형식의 문제보다 미국이 새로운 협정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우선 미국과 제3국의 협상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방산, 조선, 에너지 등 미국과 '새 이야기'를 열어보자고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협상 전략'에 대해선 "현재 미국 국내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를 포함해서, 미국이 필요로 한 부분을 먼저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12일 오전 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를 기해 발효됐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까지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2025.3.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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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재협상 현실화시 타깃은…美자동차 수출규제 완화 등 비관세 분야
미국 행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부터 줄곧 우리나라의 수입차에 대한 배출 가스 규제를 문제 삼았다. 엄격한 규제가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는 단골 지적 거리였다. NTE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와 농무부, 기타 정부 기관, 대사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요 비관세 장벽을 국가별로 정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 상·하원에 제출돼 통상 정책에 활용된다.
자동차 수출 규제 완화와 함께 미국이 줄곧 제기해 온 농축산 분야의 비관세장벽 완화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축산업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에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규제를 풀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발생 우려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30개월령 미만'인 것만 수입하고 있다. 30개월령 미만인 소는 광우병 발생 위험이 적다고 보고, 일종의 '안전장치'로 수입에 월령 제한을 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축산업계는 중국과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는 이 같은 월령 제한을 해제했다면서 한국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는 최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며 플랫폼 규제를 직격했다.
그 밖에 약품 가치 불인정,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 요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 등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될 수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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