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Godfather)에서 마피아 두목 돈 비토 코를레오네(Don Vito Corleone)의 대사다. 상대방에 이익이 되는 좋은 조건을 제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거절하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뜻을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강요(coercion)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들을 숱하게 쏟아낸 트럼프에 ‘마피아 ‘(mafia) 별명이 붙었다. 초강대국 미국이 무법자가 되면 세계는 약육강식이 지배하게 된다. 제국주의(Imperialism)다. ‘제국의’(imperial)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로마의 총사령관(imperator)이다. 제정 로마의 시조인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름과 직책이 서양에서 ‘황제’(emperor)의 어원이다. 총사령관이 이끄는 집단은 통치도 외교도 모두 힘이 바탕이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는 수직적 질서가 요구된다. 수평적 협력이 이뤄졌던 글로벌 시대와 전혀 다르다.
유럽 국가별 GDP 대비 국방비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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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뜯어보면 적어도 지금의 미국은 위대하지 않다는 뜻이 읽힌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의 희생으로 다른 나라들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국제적 질서(rule)가 미국을 약하게 한다는 인식이다. 줄이면 미국이 약해졌다는 인정이다.
힘이 세다면 법 보다 주먹을 앞세우는게 유리할 수 있다. 힘 밖에 남지 않아도 힘을 써야 한다. 힘을 쓰려면 힘을 유지해야 한다. 부국강병이다. 특히 중요한 것인 생산력이다. 무기든 인력이든 계속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미국이 패권을 차지했던 가장 큰 이유도 막강한 생산력이다. 미국의 전성기는 가장 많이 생산을 하던 때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경제에 참여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미국의 생산력은 급속히 약화됐다. 미국이 금융과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지만 주요 제품의 생산은 대부분 나라 밖에서 이뤄진다. 미국 스스로 약해졌다고 느낄만 하다. 트럼프가 전세계 기업들에게 미국에 국내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는 이유다.
문제는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던 나라들의 재무장 그 이후다. 그 동안에는 미국만 힘이 셌다. 힘으로 부딪힐 일이 적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도 힘이 세진다면 어떨까? 대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룰’이 없으면 싸움은 더 벌어지기 쉽다.
자국 이익만 최우선 하던 제국주의가 세계를 휩쓸던 19세기 열강들은 식민지 확장과 군비경쟁에 몰입했다. 이는 열강들의 대결인 크림전쟁, 보불전쟁으로 나타났고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21세기의 군비 경쟁은 19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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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의 방위력은 러시아에 절대적 열세다. 탄약은 채 일주일 버틸 정도의 재고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재래식 전력은 재정을 투입하면 3~4년 새 어느 정도 불균형이 해소될 수도 있다. 문제는 비대칭 전력, 핵무기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유럽 스스로 핵무장에 나설 이유가 된다. 프랑스가 보유한 핵탄두는 약 290여개다. 영국(225개)까지 합해도 러시아(6000개 이상)에 맞서기 어렵다. 미사일 능력은 더욱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프랑스는 유럽에 대한 핵우산 제공 의지를 드러냈다. 핵탄두 보유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독일도 언제든 핵무장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나라다. 프랑스와 독일의 유전자(DNA)는 천년이상 앙숙이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린 극우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는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이미 공공연히 핵개발 재개에 나섰다. 이밖에도 한국과 일본, 대만 등 핵무장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수두룩하다.
무장(武裝)과 자족(自足)을 강화하려면 돈이 든다. 재정부담이다. 주목할 곳은 유럽연합(EU)다. 미군의 안보보장이 약해지면서 유럽 각국이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당장은 공동의 적이 러시아일 수 있다. 그렇다고 과연 유럽이 단일 대오로 재무장을 진행할 수 있을까? 유럽 국가 대부분은 재정적자가 심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재정적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독일(63%)이다. 무장을 강화할 여력이 가장 크다. 독일이 자국 내 재정지출을 늘리면 EU에 대한 기여는 소홀해지기 쉽다. 돈 문제로 EU 회원국 간 갈등의 불씨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을 두고도 이견이 커질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하물며 남이면 어떨까?
독일이 내수부양으로 성장률을 높이면 다른 회원국과 경제력 격차가 확대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수출 경쟁력이 강한 나라다. 독일 때문에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강세가 되면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회원국들에는 부담이다. 독일 경제 회복에도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독일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 만약 EU가 독일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한다면 또다른 패권(覇權)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핵보유국 핵탄두 보유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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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이냐 연횡이냐…韓 새로운 안보전략 시급
중국 전국시대 초강대국 진(秦)과 다른 6개 나라의 외교관계에 대해 2가지 주장이 있었다. 6개국이 뭉쳐 진에 대항하자는 합종(Balancing), 진의 힘에 기대 다른 이권을 챙겨 보자는 연횡(Bandwagoning)이다. 이론적으로 6국에는 합종이 유리했지만, 현실에서는 연횡이 승리한다. 6국 간의 각기 다른 이해 때문이다. 정확히는 다들 합종을 택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연횡을 포기하지 못했다. 외교전이 승부를 내기 전까지는 합종과 연횡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1차 대전 때 영국과 손을 잡은 일본은 승전국이 돼 제국주의를 확장한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 미국과 싸우다 패한다. 지난 100년간 이뤄진 외교의 공식도 다시 쓰여질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아까워지면 미국과 유럽은 멀어지기 쉽다. 미국과 유럽이 멀어지면 중국이 유럽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일본은 미국에 등을 돌리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트럼프가 곧 동아시아로 눈을 돌릴 듯하다. 우리나라도 외교와 안보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안보가 경제인 시대다. 우리 경제가 지난 60년간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안보지원이 있었다. 100여년 만에 부활하는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우리만의 생존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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