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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찬공기가 만든 '극저기압'에 춘분 이틀 전 '大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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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2㎝…강원 향로봉 간밤 27㎝ 더 내려 116㎝ 적설

'작고 급격히 발달' 예측 힘든 극저기압…과거 '눈없는 부산'에 40㎝ 눈폭탄도

연합뉴스

다시 겨울 찾아온 춘천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린 18일 강원 춘천시 서면 일원에 눈이 쌓여 겨울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2025.3.18 yang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꽃망울이 터져야 할 때 눈꽃이 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면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절기 춘분(春分)을 이틀 앞둔 18일 경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

오전 10시 현재는 강원북부산지에 시간당 7㎝ 이상, 나머지 지역은 중부지방·전북·전남(일부)·경남내륙 등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5㎝씩 눈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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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적설 분포.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날 오후 8시 이후 내린 눈이 가장 높게 쌓였을 때 적설(최심신적설)을 보면 서울(강북) 11.9㎝, 경기 이천(장호원) 13.9㎝, 의정부 13.8㎝, 포천(광릉) 13.5㎝, 강원 화천 14.3㎝, 철원(외촌) 14.0㎝ 등 수도권 북동부와 강원엔 간밤 15㎝ 안팎의 눈이 내렸다.

충청과 남부지방에도 눈이 많이 쌓였다.

오전 8시 기준 충남 당진과 충북 진천 최심신적설은 11.5㎝와 8.8㎝, 전북 무주 설천봉과 장수는 16.9㎝와 8.8㎝, 경남 함양(서하)과 거창(북상)은 7.9㎝와 8.2㎝, 경북 문경(동로)과 영주는 7.6㎝와 4.6㎝다.

강원산지의 경우 최근 폭설이 연이어 현재 20∼30㎝의 눈이 쌓여있다.

특히 향로봉은 최근 13시간 동안 27.2㎝ 눈이 내리면서 현재 적설이 116㎝로 어린아이 키만큼 눈이 쌓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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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발효된 서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날 발표돼 서울 지역에 발효 중인 대설주의보는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로 알려졌다. 2025.3.18 nowwego@yna.co.kr


현재 적설이 3월 혹은 3월 중순 적설 신기록을 바꿀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만 간밤 이례적으로 대설이 쏟아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발효된 대설주의보가 기상청이 대설특보 발령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늦은 대설주의보였다.

폭설의 원인은 서해상에 발달한 '극저기압'(Polar Lows)이다.

극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고 서해상에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해 만들어진 구름대가 더해지면서 많은 눈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는 상황을 크게 6가지로 나누는데 그중 하나가 '극저기압형 대설'이다.

극저기압은 북극 등 극지방의 한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로 이동해 들어올 때 발생한다. 이번 극저기압은 우랄산맥 쪽에 형성된 기압능 때문에 영하 40도 안팎의 북극 찬 공기가 수온이 영상 10도 안팎인 서해 위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공기와 해수의 큰 온도 차 때문에 대류가 활발해지면 저기압이 발달한다. 대류가 활발해지면 공기가 상승하면서 주변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때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 등이 자리하고 있으면 하층에 저기압이 더욱더 강하게 발달한다. 컵에 든 물의 윗부분만 저어도 깔때기 모양으로 회오리가 생기며 아랫부분 물도 회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극저기압의 무서움은 크기가 200∼1천㎞로 중규모이며 16∼36시간 정도의 짧은 수명 내에 급격히 발달했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극저기압 예측과 포착이 매우 어렵다.

극저기압이 발달할 때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진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기상청은 6가지 대설 유형 가운데 극저기압형이 대기가 가장 불안정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대기가 불안정하면 눈비와 함께 돌풍·천둥·번개가 치고, 곳곳에 우박이 내릴 수 있다. 바다엔 상승 기류 때문에 '용오름'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보통 극저기압은 겨울철 동해상에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 왔다.

수심이 깊은 동해가 다른 바다보다 겨울철 표층수온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엔 찬 공기가 서해상으로 들어오면서 서해에서 극저기압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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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신기해요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이 눈 내리는 풍경을 찍고 있다. 전날 발표돼 서울 지역에 발효 중인 대설주의보는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로 알려졌다. 2025.3.18 nowwego@yna.co.kr


그간 극저기압이 많은 눈을 내린 사례를 살펴보면 2005년 3월 5일 우리나라 남동쪽 해상에 극저기압이 발달해 눈을 보기 어려운 부산에 40㎝ 가까운 눈이 내려 쌓인 적이 있다.

또 2011년 2월 11∼12일에는 부산 근해에 극저기압이 형성되면서 강원 강릉에 최고 82㎝, 동해에 100㎝의 눈이 내려 쌓이고 약 360억원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과 비슷한 사례는 2018년 11월 24일 사례이다.

당시 서해상에 발달한 극저기압 때문에 1∼3㎝ 적설이 예상된 서울에 8.8㎝의 눈이 내려 쌓였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도 5∼15㎝ 적설이 기록됐다.

이번 눈은 이날 늦은 오후 수도권 호남부터 그치기 시작해 밤이 되면 대부분 지역에서 멎을 것으로 예상된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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