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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에너지부에서 한국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3.19.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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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효력이 발효되는 다음달 15일까지 정부가 해당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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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감국가 지정 왜 두 달 뒤에야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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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지난 1월 초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의 최하위 범주에 포함한 사실을 두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한미동맹을 어느 때보다 중시하는 정부에서 정작 한미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3월 둘째 주에야 관련 동향을 인지한 뒤 미 국무부와 DEO 등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 에너지부에서 우리에게 사전 통보를 해서 알게 된 게 아니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됐다"며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해서 에너지부에서 다시 자체 내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18일) 강인선 외교2차관으로부터 민감국가 관련 보고를 받은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로서는 하여튼 두 달 정도 놓친 건 팩트"라며 "거기(미 에너지부)가 해외 연구자들끼리 만나고 하지, 정부 차원에서 교류가 활발한 부처는 아니다 보니까 그런 시점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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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파악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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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 발언하고 있다. 2025.3.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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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당초 우리나라가 민감국가 목록에 오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다가 지난 17일 밤 언론 공지를 통해 "미측을 접촉한 결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까지도 미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전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특별 간담회에서 "큰 일이 아니다"라며 "민감국가 리스트라는 건 오로지 에너지부의 연구소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에너지부 산하에 '수출 민감 품목'(export-sensitive), 즉 반출이 금지된 품목을 다루는 연구소가 있는데 이곳에 작년 한 해에만 2000명 이상의 한국 학생·연구원·공무원이 방문했다"며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사건이 있었다. (한국 측이) 민감한 정보를 잘못 다뤘기 때문에 이 명단(민감국가)에 오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대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일지 궁금증만 더 키웠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이 단순히 개인이나 기업의 보안 유출 사고만으로 통보도 없이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목록에 올렸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며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초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늦었고, 세심하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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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전 해제 가능할까…"한미동맹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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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민감국가 효력이 발효되는 내달 15일 전까지 해제가 가능할지 여부다. 외교부는 우선 발효 전 해제를 목표로 총력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곧 방미해 정부 관계자들과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정적 절차 등 문제로 발효 전 해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산업 스파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연루가 됐는지 안 됐는지를 신중히 따져볼 것이고, 그걸 증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민감국가 해제를 대가로 한국에 더 큰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이번 민감국가 논란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평가하는 시험대이자 한미동맹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최대한 신속히 해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어쨌든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르면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니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정부가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외교부와 산업부가 총력 대응을 해서 최대한 빠르게 민감국가 해제를 이뤄내야만 단순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과 우리 정부의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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