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줄탄핵이 계엄 쏜 방아쇠
사법·행정 마비로 국헌 문란
함께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예정됐던 사법 심판 피하고
대선 고지 선점 득 볼 수도
정답 찾을 수 없는 헌재 심판
김창균 논설주간 |
민주당의 마구잡이 줄탄핵이 헌재에서 8전 8패째 성적표를 받던 날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봤다. 대통령이 석 달만 참고 버텼다면 민주당은 지금 “탄핵이 당신들 장난감이냐”는 국민적 질타에 몰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도 과했지만 (대통령처럼) 불법 위헌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이재명 대표의 변명도 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및 위증 교사 혐의 재판 지연 전술도 벽에 부딪힌다. 2년 넘게 남은 윤 정부 임기 동안 무슨 재주로 확정판결을 피할 수 있겠나. 그뿐 아니다. 오는 4월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임은 윤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한다. 그랬으면 보수 성향 재판관이 9명 정원 과반인 5명이 된다. 대통령은 왜 이런 시간표도 안 따져보고 덜컥 계엄을 했을까.
부질없는 몽상이다. 역사에서 가정이 무의미하듯 정치도 마찬가지다. ‘계엄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의 탄핵 심판 8전 8패 역시 실현됐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민주당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 대행에 이어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당초 헌재 재판관 추천을 막은 것은 민주당이었다. 자신들이 탄핵 소추한 윤 정부 공직자들의 직무 복귀를 막기 위해서였다. 계엄 선포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 대상이 되자 민주당이 180도 입장을 뒤집었을 뿐이다. ‘계엄이 아니었다면’ 헌재 재판관은 여전히 심판 정족수 미달인 6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탄핵 소추한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 3명은 직무 정지 상태로 묶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전후한 사태 전개엔 이처럼 민주당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하면서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탄핵 등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바로 하루 전인 12월 2일 민주당이 감사원장과 서울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계엄 선포의 방아쇠 역할을 한 이 네 사람 탄핵 소추가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됐다.
대통령은 헌법 및 법률 요건에 맞지 않는 계엄 선포를 했지만 시작 단계에서 무산됐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불능 미수에 그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무차별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검찰과 감사원의 기능을 무력화해서 수사 및 감사를 실질적으로 방해했다.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이런 행위는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 지난 연말 이후 나라 혼란은 인과관계 면에서도, 행위의 완결성 면에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역할을 합쳐 놔야 전체 그림이 맞춰진다. 두 사람이 연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뜻도 된다.
반대로 탄핵 소추안이 기각되면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고 2027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혐의 재판은 그때까지 확정판결이 나올 것이 확실시되고, 종범 격인 이화영 전 부지사가 2심까지 7년형을 받은 대북 송금 혐의 역시 최소한 1심 판결까지는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의 당내 위상도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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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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