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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양자컴 국산화만 기다리다 뒤쳐져···혁신신약 개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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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IBM 127큐비트 양자컴 도입해 연구 속도

양자위 출범, 국산 양자컴 개발 추진 속 선제 대응

신약 개발기간 줄여···슈퍼컴과 연계하면 더 효과

정재호 단장 "인재+SW알고리즘 개발로 미래 준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17일 인천 송도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 들어서자 유리 보호막 안에 있는 127큐비트(양자컴의 기본단위) 양자컴퓨터(IBM 퀀텀 시스템 원)가 위용을 드러냈다. 유리보호막 내부에 보호커버가 장착된 양자컴에는 극저온(영하 273도)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질산이나 헬륨을 이용한 냉각가스가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모습이었다.

연세대의 양자컴 관리와 활용은 원격과 현장을 병행해 이뤄진다.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이를 활용한 연구를 한다. 리가켐바이오(141080) 등 다양한 바이오 기업과 연세대 교수진이 별도의 외부 공간에서 회의도 하며 연구를 하고 있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이날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리가켐바이오와 인천 소재 굴지의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픈 암환자들을 위한 혁신신약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2035년 양자경제 선도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양자기술 산업화를 위한 청사진 속 대형 프로젝트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바로 1000큐비트 양자컴이다. 양자컴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외산 양자컴을 서둘러 도입해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사진=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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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큐비트 이상도 충분…획기적 연산 차이


정 단장은 국산 양자컴 개발을 기다리기만 해선 미·중 패권 경쟁에다가 최근 이슈화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민감 국가 지정 속 불안감만 키우고, 첨단 연구에 뒤처진다고 봤다. 전략적으로 외산 장비라도 필요한 하드웨어는 먼저 도입해 활용하고, 인재를 키우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도로 실험실에 20큐비트급 양자컴을 구축한 상황으로 내년에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 양자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최소 100큐비트 이상에서 많게는 100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이 상용화에 필요하며 기술적 진보가 더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세대는 전 세계 대학 중에는 도쿄대에 이어 두 번째로 IBM이 개발한 127큐비트 양자컴을 도입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적은 있었지만, 양자컴은 처음이다. 정재호 단장은 “같은 스마트폰도 어떤 사람은 카카오톡, 전화만 쓰는 반면 활용을 최대로 끌어내는 사람도 있다”며 “127큐비트 양자컴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고, 상용화 단계는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은 차이가 크다. 고전 컴퓨터가 0이나 1을 번갈아 가면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은 0~1 사이의 중첩된 값을 나타낼 수 있어서 기존 슈퍼컴을 뛰어넘는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현재 양자컴은 NISQ라고 해서 ‘양자 잡음’이 존재하는 중규모 수준의 양자컴이라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대규모 오류 정정기술 등이 개발돼야 하지만 정 단장은 쓰기에 달린 문제이고, 실제 사용해보니 큰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 단장에 따르면 인실리콘메디신이라는 기업이 IBM의 16큐비트 양자컴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암 인자 억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학계에서 양자컴을 이용한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16큐비트 양자컴과 127큐비트 양자컴은 단순히 8배 수준이 아니라 2의16승 대 2의127승의 연산 차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엄청난 성능 차이가 난다.

정 단장은 이미 상용화된 양자컴을 도입해도 기존 연구를 뛰어넘는 성과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또, 기존 슈퍼컴과 양자컴을 상호 보완해 활용하면 성과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 단장은 “슈퍼컴 6호기도 구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슈퍼컴과 양자컴을 병행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향후 수개월 내 하이브리드 연구들을 통해 노벨과학상 수상에도 도전할 만큼 좋은 연구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 혁신 가능…국산 SW 개발, 인재 양성해야

그는 양자컴이 산업 분야 중에서 바이오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백경현 교수, 박성수 교수 등 연세대의 ‘어벤저스’급 교수진 7명도 양자컴 활용 연구를 위해 합류했다. 정 단장에 따르면 양자컴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단백질 구조 분석 계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신약 개발에는 단백질 접힘 현상에 대한 연구와 최적화 분석 연구, 예측들이 필요한데 양자컴은 100개월 정도 걸리는 작업을 수개월 정도로 줄여줄 수 있다. 과학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과학분야 노벨상들을 인공지능(AI)이 휩쓸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양자 분야에서 첨단 연구의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정 단장은 “아픈 암환자들에게는 1분 1초가 소중하고, 신약 개발 기간과 가치를 따져보면 양자컴 비용에 대한 투자에 따른 손실보다 미래 비전과 가치 창출에 따른 이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인재양성과 양자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개발을 같이 해야 ‘미래 양자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세대가 지난 1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파스칼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양자컴퓨터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단장은 “비싼 외산 장비를 왜 벌써 도입했냐는 시각도 있는데 국산 양자컴(2026년 50큐비트 양자컴, 2030년대 1000큐비트 양자컴)을 기다리기만 해선 한참 늦고, 하드웨어를 사용할 인력을 키우지도 못한다”며 “양자컴퓨터를 쓸 줄 아는 인력을 양성하고, 첨단 연구로 성과를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면 젊은 인재들이 모이고, 궁극적으로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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