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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트럼프, 젤렌스키와 통화 “우크라 최대 원전 미 소유 제안”···‘제한적 휴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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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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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에너지·인프라 분야 ‘부분 휴전’에 뜻을 모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보호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 등을 소유하겠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분 휴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는데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전면 휴전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가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며 “매우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논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청 및 요구 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어제(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우리는 매우 순조롭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두 정상의 대화는 지난달 28일 파국으로 끝난 백악관 ‘고성 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처음 이뤄졌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환상적인 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자력 발전소를 언급하며 “미국이 전력 및 유틸리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특정 자산의 분할’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러시아와 논의 중이라고 언급해왔는데, 이날 통화에서 공식적인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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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등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보호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광물 개발에 참여하면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주장과 같은 논리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원자력 발전소가 대상인지 불명확해 보이는 데다 이 제안은 수많은 난제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통제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 국한되는 논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 문제는 오로지 러시아가 임시로 점령하고 있는 한 원전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갖춘 유럽 최대 규모 발전소로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전력 공급의 약 20%를 담당했다. 2022년 러시아군이 점령한 뒤로는 운영·통제권이 러시아에 넘어가 3년째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자포리자 원전에 투자하고 개조할 수 있는지 물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제안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원전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원전을 탈환할 수 있는지 등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 등의 성명에는 이날 두 정상이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상황을 검토하고 전장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 국방 분야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공 시스템, 특히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이용 가능한 시스템을 찾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정보 공유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전면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미국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지금처럼 평화에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 이건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실무팀은 오는 22~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에너지·인프라 분야 부분 휴전을 흑해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23일 러시아와도 사우디에서 휴전 실무 회담을 하기로 했다. 미국이 사우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측을 함께 만날지, 따로 만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부분 휴전 적용 대상뿐 아니라 전면 휴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입장 차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 남은 절차들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해 원칙적으로는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언제 발효될지, 어떤 표적이 공격 금지 대상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부분 휴전) 실행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푸틴 ‘종전협상’ 코앞···‘유럽 최대 원전’ 협상 변수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8170300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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