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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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20) 아침신문 1면에는 △강남·서초·송판·용산 4개구 토지거래허가제(6곳) △의대, 미복귀자 제적 방침(3곳) △우크라이나 ‘부분 휴전’ 합의(3곳) △윤석열 탄핵선고 다음주로 늦춰질 듯(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용산 + 강남 3구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② Now and Then : 일어나(김광석, 1994)
① 차이의 발견
# 용산·강남 3구 토지거래허가제
- 정부는 어제(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 그런데 지난달 13일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제에서 해제한 지 34일 만에 이를 번복하고, 확대실시하는 것입니다.
- 지난달 강남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 집값 급등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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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지거래허가제 뭔가?
-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 우려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입니다. 특히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합니다. 따라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집니다. 지금도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과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단지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 그런데 이번 대상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전체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 가구입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특정 구역이나 동(洞)이 아닌 구 단위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지정 기간은 3월24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이며, 필요하다면 기간 연장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 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마포구, 성동구 등 인근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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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이런 초강수 두게 됐나?
-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이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 한국부동산원의 3월 둘째주 조사를 보면, 토허제 해제 최대 수혜 지역이었던 송파구,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0.72%, 0.69% 올라 7년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해제 지역도 아닌 서초구 역시 0.62%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집값이 한 달만에 평균 3.7% 상승했습니다.
- 개별 아파트의 최고가 기록 경신이 이어졌습니다. 잠실엘스 전용 84㎡ 30억원, 리센츠 59㎡ 24억3천만원, 래미안대치팰리스 93㎡ 45억원(올초보다 +4억원), 잠실주공5단지 76㎡ 31억7700만원 등입니다.
-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직후, 강남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의심거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 최근 강남 집값 급등은 명백히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때문입니다. 강남 3구의 자금조달계획서상 ‘기존 임대차 승계’ 비율을 보면, 지난 1월 35.2%에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조처가 실시된 지난달 43.6%로 뛰었습니다. 외지인 주택 매수 비율도 지난해 7월 64.5%에서 지난 1월 55.3%로 계속 하락했는데, 역시 지난달 62.4%로 급반등했습니다.
- 집값 상승이 ‘마용성’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조짐도 보였습니다. 3월 둘째 주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택가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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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달 전 해제한 건 뭔가?
- 서울시의 오판, 그리고 정부의 방관이 겹쳐진 것입니다.
- 토지거래허가제는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합니다.
- 서울시는 한달 전 ‘잠.삼.대.청’(송파구 잠실, 강남구 삼성, 대치, 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면서, ‘규제를 풀어도 급격한 집값 상승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 먼저 이들 지역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 그러자 서울시는 아파트 평균 거래액과 거래량이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횡보했다는데 주목해 부동산 거래가 하향 안정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그러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이 지난해 12월 -0.29%에서 올해 1월 0.17%로 반등했고, 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 동남권 변동률은 0.39%였습니다.
-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면 ‘갭투자’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집값의 일부만 있어도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됩니다. 강남 아파트 매수가 오랫동안 규제에 묶여 있었던데다,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 따라서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면 강남권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꽤 많았습니다.
- 그러나 서울시는 ‘적극적 오판’을 했습니다.
- 그리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이를 방치했습니다. 만일 서울시장이 야당 소속이었어도, 서울시장이 유력 대선주자가 아니었어도 그랬을까 싶습니다.
- 국토부는 이제 와서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이전에 서울시에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책 자료’의 ‘예상되는 효과’ 항목에 한 줄 넣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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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세훈 시장은 왜 오판했나?
1) 오세훈 사과
-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주택 시장이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허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형성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 지금은 20세기 초반이 아닙니다. 시장에 완전히 내맡기는 정책을 쓰는 ‘야경국가’는 21세기 지구상에 한 나라도 없습니다. 그게 소신이라면 계속 자기정책을 고집해야 되는데, 시장상황이 그럴 수는 없고 불과 한 달전에 호언장담한 게 있기에 말이 꼬이는 것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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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시 강변
-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직전까지도 ‘괜찮다’며 강변했습니다.
- “토허제가 거주이전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고, 토허제의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감소했다”(2월12일 서울시,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하면서)
- “잠실·삼성·대치·청담동 2월 거래량이 87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 128건보다 적다”(2월28일, 서울시) => 3월19일까지 서울 전체 거래량은 신고계약 기준 1월 3370건에서 2월 5506건으로 급등
- “거래가는 전반적인 상승추세이나 변동폭 분석결과 최근에 오히려 낮은 편”(3월16일, 서울시)
- “토허제를 정작 풀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강남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던 시기에 해제한 것”(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3) 조급했던 오 시장
- “오 시장의 정책적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신뢰도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박상병 정치평론가)
- 조급함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대선은 가까워지고, 지지율은 안 오르고, 표밭인 강남의 요구는 있고. 그러다보니, 현상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그리고 아마도 부하직원들 중에는 시장이 보고싶은대로 전망을 해주는 보고서를 올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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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장 반응은?
- 줬다 뺐는 것은 애초에 안 주느니만 못합니다. 그리고 이미 오른 집값은 또 어떡합니까.
- “불과 한달 만에 온탕·냉탕을 오락가락한 정책에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혼란스럽고 분노가 극에 달했다”(잠실동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 이 지역에서 계약을 추진중이던 사람들이 주춤하게 됐습니다. 가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파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인 매수자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되면 향후 거래가 어려워지고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보다 더한 혼란은 갑자기 중간에서 상황이 꼬이게 된 사람들입니다. 강남3구, 용산구 안에서 이사하려던 실수요자들의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한 돈으로 새로 매입하는 주택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자칫하면 이사갈 집은 계약했는데, 사는 집이 안 팔려 계약금을 날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강남 집값 계약금은 수억원입니다.
- 효력이 발효되는 24일 전까지 계약하려는 급매물도 나오고 있습니다.
- 또 강남 3구와 용산 지역에 있는 아파트가 모두 고급 아파트는 아닙니다. 게중에는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도 있고, 지은지 수십년 된 오래된 아파트도 있습니다. 이런 아파트들이 30억, 40억하는 고급 아파트들과 한꺼번에 묶이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 이번 사안은 오세훈 시장에게는 ‘명태훈 리스크’를 능가하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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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번 조처로 집값은 잡히나?
- 이번 조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신뢰성’을 밑둥치부터 흔들었다는 점입니다.
- 이제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한 달 뒤엔 또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 지난달 강남권 291단지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었는데, 이번 조치로 한 달 만에 2200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제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 또 집값이 잡힐 지도 의문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이 9월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최근 공급물량 감소세 등이 이어지면 아파트값 하향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 이밖에 정책 당국도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갭투자 수요가 묶이지 않은 마용성과 한강변 등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도 우려됩니다.
7. 사설
-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락가락’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한겨레 = 토지거래허가제 오락가락, 무책임한 오세훈 시장
경향 = '강남 토허제' 원위치, '선거용 선무당' 정책 없어야
한국 = 오세훈의 어설픈 소신에 서울 집값만 뛰었다
동아 = '잠삼대청' 토허제 풀었다 되레 대폭 확대… 주민들 웬 날벼락
중앙 = 토허제 한 달 만에 더 확대, 혼선 어떻게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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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Now and Then
오늘 한겨레신문 1면에 수습기자 채용 최종합격자 명단이 실렸습니다. 취재기자 4명, 사진기자 1명 등 모두 5명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는 지난주 금요일 최종 면접에 들어가 면접관 중의 한 명으로 이들을 지켜봤습니다. 1차 필기시험(논문·작문 등), 2차 실무평가(3일)를 거쳐 3차 면접까지 오른 이들이었습니다. 한 사람당 20~30분씩 면접을 했습니다. 20~30년을 지켜봐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인데, 그 짧은 시간동안 그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다만, 면접장에 들어선 모든 이에게서 강한 열망을 느꼈고, ‘다들 참 똑똑하고 바른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젠 예전같지 않음에도 기자를 하겠다는 열망에 가득찬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누구를 뽑더라도, 모두 다 뽑더라도, 능히 잘 해낼 수 있는 이들인데, 이들을 평가하고, 나누고, 선발하는 작업들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다들 ‘내가 무슨 하자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세한 차이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인생은 ‘운 9, 기 1’입니다. 면접은 대개 3배수 가량을 뽑기에 될 확률보다 안 될 확률이 원래 더 높습니다. 면접관들의 눈이 어두워 선택받지 못한 이들에게 다시 힘내기 바란다는 염치없는 말을 전합니다.
오늘 노래는 김광석의 ‘일어나’(1994)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OEoynfOG4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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