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3월20일 14시28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HLB(028300)그룹의 명운이 걸린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가 오는 20일(한국 시간 21일) 내에 결정된다. 과연 이번에는 글로벌 신약 허가라는 과실을 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HLB그룹의 운명을 건 카운트다운…성패 따른 결과는?
HLB는 오는 21일 아침 유튜브를 통해 FDA로부터 통보받은 리보세라닙 신약허가승인 신청에 대한 결과를 알릴 예정이다. 리보세라닙이 품목허가를 획득할 경우 국내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자체 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첫 항암제로 등극하게 된다. 반면 실패할 경우 HLB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바이오업계 전반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또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면서 승인이 불발되는 경우도 사실상 허가 실패 수준의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앞서 HLB는 2023년 5월 FDA에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을 병용해 간암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HLB는 1년 만에 FDA 신약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5월 CRL을 받으며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이날 HLB그룹 상장사 9곳의 주가는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HLB그룹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5조275억원이 증발했다.
따라서 이번에 HLB가 FDA 신약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제약·바이오 업계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리보세라닙이 FDA의 관문을 뚫을 경우 HLB는 그간 쌓였던 시장의 불신을 씻고 자체 개발한 글로벌 항암제를 탄생시킨 신약개발사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FDA 승인 획득 시 상용화로 돌진…“간암 시장점유율 50% 목표”
FDA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해 신약허가를 내릴 경우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 없이 글로벌 임상부터 FDA 허가 절차까지 직접 완료한 첫 번째 국산 항암제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8월 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의 경우 2018년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돼 글로벌 임상은 빅파마가 주도했다.
FDA 신약 허가를 받은 리보세라닙의 다음 스테이지는 ‘상용화 단계’이다. FDA 신약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시장성이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HLB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 데이터가 우수했던 만큼,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미국 현지 직접 판매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미국 40개주에서 의약품 판매 준비를 위한 허가를 받아뒀다. HLB 관계자는 “신약 허가 전 의약품 판매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 주에서는 모두 라이선스를 받았다”며 “7개 주는 허가 후 받을 수 있어 허가를 받게 되면 바로 라이선스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엘레바는 미국을 7개 권역, 59개 구역으로 세분화해 주요 암센터와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엘레바는 영업·마케팅 전문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목표 간암 치료 시장점유율을 50%로 설정했다. 지난해 HLB가 예상한 발매 후 3년 차 목표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4022억원, 2조469억원이었다. 5년 뒤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3조 1067억원, 2조68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보세라닙의 매출총이익률은 98% 이상, 영업이익률은 50%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 같은 예상치는 조정의 여지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HLB 관계자는 “항암제 시장의 규모와 경쟁 상황은 마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3년내 매출 정보는 공시사항이라 목표 매출과 이익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간암 치료 시장점유율 목표는 여전히 50%”라며 “허가를 받게 되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FDA 승인 불발 시 HLB그룹의 향방은?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좌절 이후 HLB그룹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일단 리보세라닙의 다른 적응증으로 FDA 신약허가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보세라닙은 2019년 위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신약후보물질이다. 간암 외에도 선낭암 치료제로 신약허가신청(NDA)을 모색한 적도 있다. 가장 빠르게 NDA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적응증은 선낭암이다. HLB는 연내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에 간암은 물론, 허가용 임상 2상을 마친 선낭암에 대해서도 권고요법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허가 외 처방(오프라벨 처방) 시장 진입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보세라닙이 2003년 암젠 수석연구원 출신 폴 첸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로, 개발 기간만 20년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응증을 전환해 NDA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보세라닙이 아닌 아예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에 집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HLB그룹은 ‘포스트 리보세라닙’을 찾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현재 HLB의 계열사는 상장사 11개, 비상장사 47개로 늘었다. 이는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바이오·헬스케어 전 주기를 아우르는 ‘HLB 바이오 생태계’(HLB Bio eco-System·HBS)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포스트 리보세라닙으로 지목되는 신약은 지난해 12월 엘레바가 미국 바이오텍 릴레이테라퓨틱스(Relay Therapeutics)에서 기술 도입한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RLY-4008)이다. HLB는 올 하반기 FDA에 리라푸그라니팁의 NDA를 신청할 예정이다. 리라푸그라니팁은 담관암 2차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쳤기 때문에 허가 후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부 승인이 가능하다. FDA로부터 혁신신약 지정을 받은 물질이기도 하다. HLB는 해당 신약후보물질을 들이기 위해 총 5억달러(약 7295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upfront)으로 500만달러(약 73억원)를 지불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HLB의 FDA 신약허가 결정이 어떨지 가슴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이 많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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