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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의 배민 저격…"포장 수수료 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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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수수료' 도입한 배민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유예
배민 이용자 이탈할 지 관심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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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내 배달 수수료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올해엔 '포장 수수료'를 두고 또 한 번 맞붙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오는 4월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히자, 쿠팡이츠는 무료 정책을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선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쿠팡이츠로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격의 시간

20일 쿠팡이츠는 입점한 모든 매장을 대상으로 포장주문 서비스에 대한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하는 상생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배달앱 분야 자율규제와 을지로위원회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를 통해 앱 이용자가 포장 주문을 이용할 경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이어 왔다"며 "이번 결정으로 쿠팡이츠의 포장수수료 무료 상생 지원은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가 포장주문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을 연장한 건 다분히 배달업계 라이벌인 배민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배민은 오는 4월 14일부터 그간 무료 정책을 이어 왔던 포장주문 수수료 6.8%를 받겠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이츠는 배민이 포장주문 배달수수료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 8일 만에 무료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배민과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포장 수수료에 불만이 있는 외식업계와 소비자들을 쿠팡이츠로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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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배달업계는 앱을 통해 주문한 이용자가 직접 가게로 방문해 음식을 가져갈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 왔다. 배달앱이 받는 수수료는 대부분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수수료였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포장 주문 역시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앱 운영·개발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결국 업계 1위인 배민이 총대를 맸다.

배민이 포장주문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히자, 여기저기서 반발이 일었다. 지난해 말 힘겹게 중개수수료 인하에 합의해 놓고는 인하안이 적용되자마자 다른 수수료 항목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과 정진욱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배민에 포장 수수료 정책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배민의 포장 수수료 도입 발표 직후 "포장 주문에도 추가적인 중개 수수료가 부과되면 외식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인 수수료 정책이 아니라 점주와 소비자를 고려한 합리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수료 올리면 고객 늘어난다고?

배민은 포장 수수료를 받으면 포장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앱 고도화 등의 투자가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배민은 다음달부터 '포장' 탭을 '픽업' 탭으로 개편하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편한다. 이를 통해 포장 주문이 늘어나면 배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가게 이익률이 높아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배민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배민은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투자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포장 서비스의 성장이 더뎠다고 주장했다. 또 수수료 도입과 함께 연간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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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2년에도 4241억원을 남겼다. 2년간 1조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 때문에 연 300억원 투자를 꺼렸다는 이야기다.

포장 수수료를 받으면 서비스가 개선돼 포장주문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배민의 주장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연맹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고 해당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명확하다"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가 부과된다면 자영업자들도 기존에 제공하던 포장 할인이나 혜택을 줄이거나 포장 주문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쿠팡이츠의 추격전

업계에선 배민이 포장 수수료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포장 주문을 주로 사용하는 고객들이 쿠팡이츠로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매출 중 포장 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31.5%에 달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포장 주문을 이용하는 셈이다. 배달 1회당 평균 주문 금액인 2만5000원을 적용하면 업주는 평균 1700원을 더 내야 한다. 경쟁사로 이동할 만한 요인이 되는 금액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지난해 배민의 배달시장 점유율을 50% 후반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20% 중후반이다. 아직 격차가 크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10% 안팎이옸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반 만에 격차를 많이 줄인 셈이다. 포장 수수료에 따른 배민 이용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양 사 간 점유율 격차가 10%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9월까지의 배달앱 MAU 점유율/사진제공=와이즈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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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향후 펼쳐질 마케팅 전쟁에서도 쿠팡이츠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 배민이 포장 수수료 도입을 결정한 건 결국 4월부터 도입되는 배달 수수료 상생안에 따른 수익 악화를 우려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은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4000억원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받아갔다. 정부의 압박에 배달 수수료를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또다른 수수료를 도입한 셈이다.

반면 쿠팡이츠는 모기업인 쿠팡Inc의 기조가 영업이익보다는 점유율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41조원을 벌어들이면서도 영업이익 규모가 6023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1.46%에 불과하다. 우아한형제들과 비교하면 매출은 10배 이상 많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00억원 가까이 적다. 곳간을 채우기보단 추가 투자로 곳간 자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 방침 때문이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이츠에도 이같은 '선투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포장 주문 수수료를 도입하면서 설명한 이유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배민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악화하면 단순히 포장 주문 소비자만 옮겨가는 게 아니라 배달 주문을 즐기는 소비자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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