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야당 의원을 향한 계란 투척이 일어난 후 경찰이 시위대를 안국역 쪽으로 강제해산 했다.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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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발표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찬탄·반탄 양 진영 간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야당 의원이 계란 세례를 받는 등 폭력 수위가 거세지자 경찰은 인도 통행을 일체 제한하며 헌재 정문 일대를 ‘준진공상태’로 만들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은 윤 대통령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릴레이 발언에 나선 이건태 의원이 발언을 마친 직후인 오전 8시55분쯤, 의원들 주변에서 “추경호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민주당 지지자)는 외침이 터진 순간 백혜련 의원의 얼굴로 날계란이 날아왔다. 옆에 서 있던 이건태 의원에게도 계란 파편이 튀었다.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범인을 찾아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고발조치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현행범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당시 헌재 앞엔 기자회견에 나선 민주당 지도부와 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시위를 이어가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겹치면서 혼란을 빚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욕설을 내뱉고 부부젤라를 불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경찰은 20일 헌법재판소 정문을 향하는 길목마다 투명 벽을 세우고 통행을 제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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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좌파 경찰 각성하라”고 확성기로 고함을 지르며 반발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헌법재판소 등 법원 100m 이내에선 집회가 금지되나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은 허용된다. 그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1인 시위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미신고 집회를 이어왔다.
야당 의원에 대한 계란 세례가 일어난 후 헌재 앞 경비가 삼엄해졌다. 헌재 정문 앞에 설치된 폴리스라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라는 내용의 팻말이 걸려있고, 그 앞에 날계란이 터진 흔적이 남아있다.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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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경찰의 경비태세를 질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혜련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은 헌재에 대한 폭력 행위이자 겁박”이라며 “헌재 앞 유튜버, 시위대에 대한 안일한 경비태세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지 집중 추궁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후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집회·시위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다. 최 대행은 “정부는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무겁게 보고 있다”며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평화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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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선고일 발표가 늦어지면서 거리는 점점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평일에도 각 진영이 모이는 광장엔 수백~수천 명씩(경찰 비공식 추산) 모이고, 헌재 인근 곳곳에선 양 진영 간 크고 작은 말다툼이나 몸싸움 벌어지기도 한다. 탄핵 반대 측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게시한 유튜버가 경찰에 입건되는 등 폭력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
단식 농성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쯤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등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탄핵 반대 9일째 헌재 앞 단식 중이던 50대 여성 김모씨도 건강 이상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김서원·이아미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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