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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제적 못 해" "하면 소송 갈 것"···'제적 카드'에도 버티는 의대생들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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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복귀 D-데이 도래…움직임 없어
의대생들 "부당 처우 시 소송 등 강구"
"대규모 제재 땐 의료 시스템 무너져"
대학 "타 계열 학생이 피해…특례 불가"
"정당한 휴학원" vs "명백한 동맹휴학"
의협 "제적 땐 파업 등 투쟁 나설 것"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건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 대학은 수업 거부 의대생에게 21일까지 등록하라고 공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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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이 수업 거부 의대생의 제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소송 등에 나설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들이 버티는 건 강경파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운 마음 탓이기도 하지만 의대생 사이에서 퍼진 두 가지 믿음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은 "이번엔 정말 예외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의대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①"제적시켜도 위법하기에 복귀할 수 있다"


우선 의대생들은 "학칙상 적법한 휴학계를 제출했는데 총장이 이를 반려하는 건 월권"이라는 주장한다. 정당한 휴학을 막아 복귀를 종용한다면 위법이기에 이를 근거로 제적당해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40개 대학 의대생 모임인 대한의대·의전원학생협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각 대학 총장들을 향해 "학칙과 제반 절차에서 규정하는 바를 충실히 따라 휴학원을 제출했으니 (총장들도) 사업자가 아닌 교육자로서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특정 단위 또는 학년이라도 휴학계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휴학 때 총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학생이 휴학원을 제출하면 수리해준다는 계약 관계가 있었다"며 "(40개 의대 총장이 의대생 휴학을 반려하기로 한 건) 정당한 사유 없이 담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도 의대생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교육부가 지난 18일 전국 40개 의대에 보낸 '휴학 불허' 공문에 대해 "집단 휴학의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교육부의 권한 밖 근거를 내세우며 각 대학에 휴학을 승인하지 않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학생들을 거들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대생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앞장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시위·집회·파업·태업 등 여러 가지 방법 모두 고려하고 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현재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하는 건 정부 정책에 반대한 동맹휴학임이 명백하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해진 등록 기간 중 등록하지 않으면 미등록 제적이 되고, 출석일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는 건 대부분 대학의 학칙"이라며 "이에 따라 조치하는 건 (교육부가 아닌) 대학의 몫"이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의대의 공공재적 성격을 알고 입학했으면서도 개인 선택의 자유만 강조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의대생 정원을 정한 건데 아무 제약 없이 집단 휴학을 허용하면 의대 운영의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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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의대생의 대규모 제적은 불가능하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은 애초 "학교들이 실제 제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게 의료계, 대학 당국 등의 전언이다. 현재 의대 전 학년(예과 1·2학년, 본과 1~4학년)이 의대 증원, 필수의료패키지 도입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단체 휴학 중인데 이들을 대거 제적하면 사회적으로 잃는 게 많다는 게 근거다. 적정 규모의 의사 배출을 못 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경험이 '버티면 이긴다'는 생각을 더 공고히 만들었다. 1학기부터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은 유급 위기에 처했었지만 정부가 10월, 올해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허용한 전례가 있다.

반면, 정부와 대학은 "작년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에는 '의대생 보호'를 명분 삼아 제적, 유급 조치를 보류했지만 더는 기다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의대생의 집단 휴학 탓에 타 계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대학 안에서도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대학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집단 휴학으로 작년에 의대 등록금이 안 들어와 대학별로 50억~100억 원씩 결손이 났다"며 "공대, 경영대 등 타 계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의대 교수 급여나 운영비를 충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는 "의대생이 단체 휴학을 하든, 제적을 당하든 한 학년이 비어 의사 배출에 문제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이니 차라리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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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도 '원칙 대응'을 강조하며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이한경 제2총괄조정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지속적인 수업 거부 시 학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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