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
북한 정권은 최근 국내 경제 통제를 위한 세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장마당에 첩보 요원을 투입해 거래가 이뤄지기 직전 보안원이 현장을 급습해 환전상을 체포하고 외화를 압수하는 방식으로 비공식적인 외화 거래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둘째, 시장 타격대를 보내 환율을 자의적으로 올리는 행위를 무자비하게 단속하고 있다. 셋째, 지난 2월 20일 재개된 나선경제특구 관광이 지난 5일부터 갑자기 금지됐다.
북한 정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제 문제는 사실 핵잠수함과 같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군사 프로젝트 때문이다. 핵잠수함에 투자한 기술적 노력과 자금의 일부라도 부가가치 높은 제조 상품의 수출에 쓰였다면 북한은 광물·가발·직물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 수출 의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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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과 물가 잡으려 무리수
외국인 나선관광도 갑자기 중단
내·외부의 적에 대한 불안감 반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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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는 이제 2023년 후반보다 2~3배나 되는 환율로 거래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위법임을 알면서도 외화를 모으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인플레이션이 ‘가격을 제멋대로 올리는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24년 초 파격적 국정임금 인상과 외화 부족으로 주요 수입품 품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어떤 이득을 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환율과 경제를 지키기에 부족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환전상을 처벌하기 위해 시장 타격대를 보내는 것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한 정권은 관광에 눈을 돌렸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은 지난 2월 20일 서방 관광객의 나선경제특구 방문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북한 당국은 갑자기 관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광 정책의 번복은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준다. 오는 6월 개장 예정인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그런 사례다.
갑작스러운 관광 중단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관광객의 부정적인 후기에 놀란 것은 아닐까. 아니면 관광객들이 북한 내부에 무분별한 사상을 들여온다고 걱정하지는 않았을까. 외화 거래처럼 관광 산업에서도 북한 당국은 모순에 직면했다. 돈 잘 쓰는 외국인의 관광을 허용하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외환 시장을 허용해 북한 원화의 실제 가치가 반영되도록 하느냐, 아니면 경제와 사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위험한 외세의 영향과 무분별한 사상 유입을 막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둘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지금 북한은 후자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이러한 불안감은 결국 환전상을 처벌해 외환 시장을 통제하는 바람에 환율 체계를 흔들고 엄청난 투자를 한 관광사업을 폐기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외화벌이 가능성을 차단하는 길로 이어졌다.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이 자책골을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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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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