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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강남 3구서 아파트 산 10명 중 4명이 ‘갭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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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크게 확대, 왜?

“서울 강남 3구에서 갭 투자를 비롯한 투기 의심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19일 오세훈 서울시장)

“갭 투자라 하는,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 거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같은 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던진 배경엔 ‘갭 투자’(전세 낀 매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3일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자마자 갭 투자 수요가 몰렸고, 이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 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진단이다. 이에 실거주 의무 때문에 갭 투자가 불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광범위하게 지정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 업소에 붙은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 업소에 전날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적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가 한 달여 만에 규제 완화를 번복하고, 오는 24일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고팔려던 수요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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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강남 3구 주택 매매 거래 중 갭 투자 비율은 35.2%였는데, 토허제가 풀린 2월엔 43.6%로 8%포인트 이상 늘었다. 지난달 강남 3구에서 아파트를 산 10명 중 4명 이상은 갭 투자자라는 뜻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갭 투자 비율(37.5%)이 1.5%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강남권에서 갭 투자 때문에 거래량이 급증하고 아파트 값을 밀어올렸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집값 불안’ 주범으로 지목받은 갭 투자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하는 갭 투자는 적은 초기 비용으로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실수요자가 내 집을 마련하거나, 1주택 보유자가 상급지로 ‘갈아타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선 자녀 교육 문제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소위 ‘학군지 실수요’가 적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도 “갭 투자로 판단한 거래 중 매수자가 무주택자인지, 유주택자인지, 미래 실거주 희망자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그러나 부동산 거품 시기엔 갭 투자를 무분별한 ‘투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많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집을 사들이는 다주택자도 생긴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한 문재인 정부 때는 서울에서 갭 투자 비율이 1년 만에 21%에서 56%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값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면 정부는 갭 투자를 사실상 ‘투기 수요’로 지목한다.

19일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도 대부분 갭 투자 차단에 무게를 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외에도 갭 투자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거의 모든 대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전세를 놓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어렵고, 세입자의 전세금을 매매 거래의 잔금으로 쓰는 ‘조건부 전세 대출’도 막힐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21일부터, 하나은행은 27일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잠실·반포 급매물 호가 수억원 내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국에서 국토 개발을 본격 진행한 1970~80년대 땅 투기를 막고자 도입했지만, 최근엔 주택 매매 수요를 줄이는 가격 통제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부 조치에 서울 주택 시장 곳곳에서 혼선이 일어난 것도 개발 호재나 재건축과 무관한 아파트까지 모두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 중개사는 “이번 조치가 6개월 한시 적용이라는데 한 달 만에 정책을 뒤집는 정부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20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 업소에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을 앞두고 종일 관련 문의가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24일 이전에 집을 팔려고 이전보다 호가를 5억원까지 내린 급매물도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호가가 33억원에서 30억5000만원으로 내렸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평형은 5억원 내린 매물이 등장했다. 반대로 매수자는 “집값이 더 내릴 수 있으니 당장 계약하기보다는 기다려 보겠다”는 쪽이 많았다.

마포, 성동, 강동구 등 이번에 규제로 묶이지 않은 지역에선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성동구 왕십리의 한 공인 중개사는 “정부가 더 규제하기 전에 집을 사는 것이 낫지 않으냐며 매물을 찾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국부동산원은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일주일 전보다 0.25% 올랐다고 발표했다. 강남구가 0.83%로 가장 많이 뛰었고, 송파구는 0.79%, 서초구는 0.69%였다.

☞갭 투자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이는 것. 갭(gap)은 해당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의 차이를 가리킨다. 가령 10억짜리 아파트의 전세금이 7억원이면 자기 돈 3억만 들여 사는 것이다. 향후 집값이 오르면 적은 투자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집값이 내리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깡통 전세’ 등 문제가 될 수 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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