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숨진 후르 알 살루트(1)의 사진. 알자지라는 19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알자지라 방송 갈무리 |
‘바난 알 살루트’라는 이름은 1년을 채 세상에 남지 못하고 지워졌다. 지난 18일 오전 2시30분(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대대적 공습을 퍼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바난이라 불려온 0세 여아는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어머니와 폭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빨간 리본과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후르 알 살루트는 지난 1월 첫돌을 맞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딸이 옹알이를 지나 첫 단어를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던 부모도 영영 딸을 볼 수 없게 됐다. 16세 라얀 알 자마시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선생님이었다. 졸업을 기다리며 난민 캠프 한편에 마련된 텐트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라얀은 삼촌에게 “세상의 모든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큰 학교를 짓고 싶다”던 조카였다. 라얀이 숨진 날은 그녀가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알자지라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아동·청소년 중 일부의 실명과 사진, 그들의 사연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은 라마단 금식 종료를 기념하며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이슬람 축제 ‘이드(Eid·이드 알피트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드 기간 아이들은 새 옷이나 장난감 또는 용돈을 받는 풍습이 있다. 살마 에슬라이라는 여자아이도 선물을 기다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살마와 부모·형제를 비롯한 6명의 식구가 모두 폭격으로 숨지며 선물을 줄 사람도, 받을 사람도 남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일가족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짐을 싸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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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만이 아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19일 기준 팔레스타인인 436명이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 어린이가 183명, 여성이 9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19일 전체 사망자가 470명으로 늘면서 어린이·여성 사망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습 직전까지 약 20일 가까이 이어져 온 이스라엘의 구호 및 전기 단절, 이른바 ‘지옥 계획’으로 가자 주민들은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몇 남지 않은 가자 내 병원에 공습 후 사상자가 몰리며 의료 체계가 마비됐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공격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부상당한 아이를 팔레스타인 남성이 안고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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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등 가자 일대에 ‘공습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알자지라는 가자에 남은 주민 다수가 “더는 잃을 곳도, 갈 곳도 없다”며 대피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보도를 이어온 힌드 쿠다리 알자지라 기자는 “이 참극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고 적었다.
가족이 인질로 붙잡혀있는 이스라엘 시민들도 생지옥을 겪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엘리야 코헨은 이번 공습을 “사형 선고”라고 했다. 오메르 웬케르트는 “나는 아직 그곳에 있다. 여전히 그곳에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침공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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