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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이슈 시위와 파업

헌재 앞 도보 출입 막았더니…주변 '뺑뺑이 車시위'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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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인시위를 벌이던 헌재 앞 도보에 바리케이드와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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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은 갈등 상황이 한층 격화된 양상이다.

이날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인 시위를 하던 헌재 정문 맞은편 도보 출입을 통제하고, 차 벽을 이중‧삼중으로 세웠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차를 타고 헌재 주변을 돌면서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는 ‘뺑뺑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전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계란 투척 사건 등 돌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헌재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백 의원에게 계란을 던진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하고 있고, 던져진 계란에 대해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또한 전날 이재정 의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늦게 헌재 인근에선 탄핵 찬성 측 시위자를 폭행한 혐의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여성 B씨가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 윤 대통령 지지 유튜버가 운전하는 검정 승합차가 헌재 앞 북촌로에 진입하는 것을 교통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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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전날 헌재 앞 일부 시위대를 강제 해산 조치한 데 이어 이날은 오전부터 손팻말이나 태극기 등을 든 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출입 통제선마다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남성이 “신분증을 보여줬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고 언성을 높이자, 경찰은 “또 그런 상황(계란 투척)이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헌재 앞까지 진입하지 못한 지지자들은 헌재 인근 재동초등학교 앞과 안국역 일대에 몰려 “탄핵 각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인근 통행이 제한되자 차를 타고 헌재 주변을 돌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안국역 사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유튜버가 운전하는 검정 스타렉스 한 대를 교통경찰이 막아섰다. 해당 유튜버는 사거리 한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약 10분간 경찰과 말싸움을 벌였다. 그는 헌재 앞 북촌로로 진입해 스피커로 “탄핵 각하”를 연신 송출하며 주변을 돌았다.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임미애‧이재강‧권향엽‧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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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장외 여론전도 계속됐다. 국민의힘 주호영‧김기현‧나경원 의원 등은 헌재 앞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요구했다.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선 임미애‧이재강‧권향엽‧양문석 의원 등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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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인근 행인‧자영업자‧외국인 관광객은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통제로 인해 통행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양측 간 거친 언쟁과 욕설이 오가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기 때문이다.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친구와 함께 나온 김모(27)씨는 “미술관에 가려고 안국에 왔는데, 내리자마자 고성과 욕설이 들리는 게 당황스럽다”며 “점심에 헌재 앞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경찰이 출입을 막고 있는 것 같아서 장소를 바꿔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적 관광객 마테우스(32)는 “욕설이 들려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경찰이 보호해 준다는 느낌은 있다”며 “브라질에선 극우 정권이 들어섰을 때 브라질 국기와 미국 국기가 함께 등장했는데, 여기서도 미국 국기가 많이 보여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박모씨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 인근 식당 점주들의 정치적 성향을 추측해 만든 ‘불매 리스트’와 ‘소비 권장 리스트’를 언급했다. 박씨는 “시위 참여자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다짜고짜 ‘시위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를 묻고 간다”며 “계란 테러 이후 출입 통제가 더 심해져 하루 매출이 더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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