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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사설]尹보다 이른 韓 헌재 선고… 與野 아전인수는 혼란만 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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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선고하기로 한 것을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안은 기각되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 탄핵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선입선출 원칙을 어겼다”는 반응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하려는 빌드업”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헌재가 반드시 먼저 접수된 사건부터 선고하는 건 아니다. 사안의 중대성, 복잡성 등도 감안해 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또 한 총리에 대한 헌재 결정문이 나와도 이를 토대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먼저 헌재가 국회 표결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라고 판단하면 각하로 종결하고 소추안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헌재가 한 총리 소추안을 따져보게 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공모 또는 묵인·방조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윤 대통령 소추안과 내용이 겹치지 않는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 상병 특검법’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다른 소추 사유에 따라 한 총리 탄핵안 인용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헌재가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물론 설령 일부 인정한다고 해도 이를 탄핵안 인용의 주된 이유로 제시하지 않는 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계엄에 관여한 정도나 무게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인데도 여야가 경쟁적으로 ‘한 총리 선고는 우리 쪽에 유리할 것’이라는 아전인수 격 주장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 다음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릴 차례다. 이미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시민들 간의 갈등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여야가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을 무리하게 엮어 여론전의 소재로 삼는 것은 국론 분열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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