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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누가 제안했냐"…'낙장불입' 민주 도보행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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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갈등 최고조…여야 의원 간 기싸움 벌어져
대통령실, 현안에 반응…점점 목소리 내는 모습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출발해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보행진'에 참여한 모습.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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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춘삼월인데도 춘래불사춘이다. 이번 주 초 눈이 왔던 것이 무색하게 주 후반부터 다시 봄 기운이 느껴지지만, 어째서인지 봄이 봄 같지 않다. 탄핵의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아직 공지하지 않으면서 탄핵을 둘러싼 진보·보수 간 진영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야당 수장에 대한 암살설이 돌더니 급기야 야당 의원이 얼굴에 날달걀을 맞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야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연금개혁 모수개혁안을 합의 처리했던 여야는 여전히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여야는 앞다퉈 거리로 나가 소모적인 논쟁과 정체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 온 대통령실은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혈압을 쭉쭉 오르게 하는 정치권의 최근 일을 되짚어 본다.

예상보다 헌법재판소 결론이 늦어지면서 민주당의 도보행진은 10일째 이어졌다. 의원들과 보좌진들 사이에선 반복되는 행진이 버겁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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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3만보"…민주 도보행진에 반응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아직도 도보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지?

-맞아.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지난 12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걷고 있어. 본회의가 열린 20일을 제외하고 매일 걷고 있지. 성인 남성 기준 보통 시간당 4㎞를 걷는다고 하니까 쉬지 않고 두 시간 넘게 걸어야 하는 셈이지.

-건강을 위해 하루이틀은 걷겠는데 매일 걸으니까 힘들다는 반응이 많아. 특히 의원들을 따라다녀야 하는 보좌진들은 고통을 호소하더라고. 한 보좌진은 "이거 제안한 의원이 대체 누구냐"며 원망했고, 또 다른 보좌진은 "오늘도 3만보를 찍었다"고 한숨을 쉬더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나뉘었어. 일부 의원들은 앉아만 있다가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활력이 생긴다고 했고, 또 살이 많이 빠져서 좋다고 하더라. 건강에 좋으니 같이 걷자고 취재진에게 제안하는 의원도 있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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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힘들다는 반응도 만만찮아.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니까 두 시간 넘게 걷는 게 누군가는 버겁기도 하겠지. 또 시간을 많이 뺏긴다고 토로하는 의원도 있어. 선약이 있을 땐 난감하겠지.

-국회에서 출발할 땐 같이 걷던 한 의원이 서강대교에 진입하기 전 사잇길로 조용히 사라지는 걸 보기도 했어. 기자들이 행진 출발할 때 사진을 찍잖아. 그때만 걸은 셈이지.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식사하러 갔는지, 잠시 화장실을 들렀는지는 모르겠어. 나중에 다시 합류했을지도 모르겠다만.

-처음엔 사흘 정도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예상보다 헌법재판소 결론이 늦어져서 다들 지쳐가는 모습이야. 매일 도보행진을 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는데 중간에 관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 낙장불입(한번 시작한 일을 취소하거나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 때를 비유하는 말)이랄까. 민주당 의원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헌재가 배려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더라고. 아무튼 의원들의 도보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진영 간 갈등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 각하를 외치는 모습.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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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만 옮긴 여야 유치한 기싸움…혼란한 헌재 앞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재 앞에 다녀왔다고?

-응. 이례적으로 '3월 눈' 예보가 있었던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 가보니까 추운 날씨와 대비되게 현장은 후끈하더라고. 안국역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사기탄핵 각하하라", "윤석열! 대통령!" 등을 외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 지지자들, 취재진, 경찰 등이 한 데 몰리다 보니까 헌재 앞 인도가 워낙 좁은 탓도 있지만 도로 양쪽으로 경찰버스 차벽까지 생기면서 이동하는 데도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더라고.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이 예상보다 길어지니까 지지자들의 감정도 점차 격화하고 있는 것 같아. 이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절차 진행 참석차 야당 의원들이 헌재에 온다는 이야기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돌자 "오기만 해봐라. 내가 다 죽일 거다"라며 욕설을 내뱉더라고. 실제로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헌재 정문 앞에 도착하자 그쪽을 향해 몰려가 호루라기를 불고,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어. 경찰이 미리 설치해 둔 아크릴 벽에 가로막혀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겠다'는 우려가 들더라.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날계란을 얼굴에 맞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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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 같던데?

-맞아. 20일 오전 헌재의 신속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헌재 앞에 민주당 의원들이 모였는데, 누군가 백혜련 의원을 향해 날달걀을 던졌어. 얼굴에 날달걀을 맞은 백 의원은 "누가 던졌는지 확인해달라"라며 경찰에 반드시 범인을 찾아달라고 요구했어.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오후 헌재 인근을 지나던 중 한 남성이 다가와 자신의 우측 허벅지를 발로 찼다며 경찰에 신고했어.

-헌재 앞에서 여야 의원들 간 기싸움까지 벌어졌다고?

-국민의힘의 '탄핵 기각·각하' 릴레이 시위와 민주당의 '파면 촉구' 기자회견 장소가 헌재 앞으로 겹치면서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어. 신경전이 자리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민의힘 의원이 든 '대통령 탄핵기각' 팻말이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각하' 팻말과 한 프레임에 잡히는 해프닝도 발생했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던 추경호 국민의힘 앞으로 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를 잡으면서야. 민주당 의원이 "추경호가 이렇게 망가졌느냐"고 했고, 추 의원은 "먼저 와 있었다"고 반박했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계속 지연되면서 기류가 미묘해지자 대통령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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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에 목소리 내는 대통령실…尹 탄핵엔 극도로 신중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는 가운데 그간 메시지 송출을 자제하던 대통령실이 점점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야.

-맞아.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늦었지만 연금개혁의 첫 단추를 끼워준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새롭게 구성될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국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재정안정화조치 등 남아 있는 구조개혁 과제들을 조속히 논의하고 합의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어. 그 전날에는 김건희 여사가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경호처를 "총 가지고 다니면 뭐 하나"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어. 또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언급하자 대통령실은 경호처가 최 대행 경호등급을 상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어.

-그동안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각종 현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는데,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계속 지연되면서 기류가 미묘해지자 좀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모습이야.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직무 복귀'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약 3개월 만에 정책브리핑을 재개하고 현안 대응을 강화하면서 윤 대통령 복귀에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와.

윤 대통령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생각에 잠긴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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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차분히 선고를 기다린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어. 선고만 남긴 채 헌법재판관들이 연일 평의를 이어가는 민감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인 것 같아. 선고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내부에서는 탄핵 기각·각하를 기대하는 기류가 좀 더 고개를 드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헌재가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24일로 공지하면서 윤 대통령 선고는 다시 한 주를 넘기게 됐어.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에 비춰봤을 때 헌재의 평의가 길어지는 걸 두고 탄핵 찬반 양측은 각자 기대를 담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어. 다만 대통령실도, 정치권도, 국민들도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는 초조한 상황임은 틀림없어. 빨리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지 않을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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