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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억 이상 ‘코인 큰손’ 2명 중 1명은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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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국내투자 105조원-970만명

동아일보

ⓒ뉴시스


지난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가 1년 전보다 50% 넘게 늘어나며 9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투자자 네 명 중 한 명은 50대 이상이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5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는 총 966만7023명(코빗은 9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2.6%(333만3439명)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는 105조107억 원어치로 100조 원이 넘었다.

21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서 60대 남성 고객이 코인 시세 그래프를 보고 있다. 전영한 scopy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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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0대와 60대 이상 투자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50대 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175만 명으로 전년보다 56.4% 늘었다. 60대 이상 투자자도 같은 기간 37만1800명에서 63만6700명으로 52.6% 급증했다.

가상화폐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큰손’ 두 명 중 한 명은 50대 이상이었다. 5개 거래소에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 9135명 중 50대는 3215명(35.2%), 60대 이상은 1817명(19.9%)이었다. 50대 이상 큰손은 1인당 평균 21억5000만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보유 중이다. 안 의원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등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기반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대비-절세효과” 코인 인식 달라진 5060 공격적 투자

코인 국내투자자 1000만명 육박
50대이상, 3년새 2배 넘게 늘어… 작년 美증시 현물ETF가 변곡점
시세 변동성 높은 ‘위험자산’… 국내도 투자자 보호조치 시급


#1. 이모 씨(52)는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 대선 이후 급등하는 가상화폐 가격에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컸다. 올 들어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점에서 샀다는 걱정도 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고 각종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2. 정모 씨(64)는 2023년부터 여윳돈이 생기면 비트코인과 XRP(리플)를 사 모으고 있다. 주변에서 ‘가상화폐 열풍은 끝났다’고들 했지만 그는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믿었다. 블록체인, 통화정책 등을 공부하며 확신을 가진 정 씨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상화폐 투자를 권하고 있다.

지난해 말 960만 명을 넘긴 국내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이들 같은 50대 이상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 영국에서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을 받는 등 제도화가 이뤄진 데다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비롯한 절세 효과까지 있어 가상화폐가 주요 투자 자산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5060이 주도하는 가상화폐 시장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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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5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 투자자는 202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말과 지난해 말을 비교했을 때 50대(78만1900명→175만300명)는 두 배 이상으로, 60대 이상(21만4800명→63만5700명)은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들 연령대의 투자자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전년 대비 줄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자에서 50대 이상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8.2%에서 24.7%로 불어났다.

반면 2021년까지만 해도 전체 투자자의 27.7%를 차지했던 20대 이하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18.9%로 줄었다. 투자자 수도 같은 기간 18.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제 활동이 왕성한 30대(71.3% 증가)와 40대(89.9% 증가)보다도 50대와 60대 이상 투자자가 더 크게 늘었다.

50대 이상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다. 60대 이상 투자자들은 비트코인(37.2%), XRP(30.6%), 이더리움(7.6%) 등 주요 가상화폐 비중이 75%가 넘었다. 반면 20대 이하와 30대 등은 기타 코인의 비중이 절반 수준이었다.

● “현물 ETF 도입되면 투자자 보호 조치 한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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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의 가상화폐 투자가 늘어난 데는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노후자금의 일부를 공격적인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수요와 함께 가상화폐에 대한 달라진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뉴욕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것이 변곡점이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투자하는 자산이 된 뒤 가상화폐를 변동성이 큰 자산의 하나 정도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절세가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해 이익을 봤을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아직 없다. 이점옥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세무사)은 “가상화폐를 상속·증여하는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긴 하지만 KRX금시장의 금 현물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은 비과세”라며 “‘저평가된 재산을 하루라도 빨리 준다’는 증여의 기본 원칙에서 본다면 향후 성장 전망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저평가된 가상화폐를 증여하는 것도 하나의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060의 가상화폐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현물 ETF 도입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물 ETF가 도입되면 규제 당국의 현물·선물 가격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등이 이뤄진다면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한층 강화될 뿐만 아니라 고령 투자자 입장에선 더 익숙한 은행, 증권사 등의 창구에서도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변하는 정보기술(IT)을 따라가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령층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불안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센터장은 “현금 흐름이 없는 상황이라면 단기 손실에 대한 부담이 젊은층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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