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3명 중 1명은 걸리는데…난 아닐 거라 믿고 살아도 될까
기대수명까지 생존 시 일생에 한 번 이상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 37.7%, 여자 34.8%에 달한다. 하지만, 암은 예방 가능하고,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다. Pixabay |
매년 3월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암 예방의 날’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가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암이 발생하고 전이되는 기전을 포함해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 역시 발전했지만 여전히 암은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에선 2022년 한 해 동안 새롭게 암에 걸린 환자가 28만2047명이었다. 이에 따라 2023년 1월1일 기준 암 유병자는 258만8079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했다. 암 발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연령에 따른 영향을 보정한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발생률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후인 2019년(519.4명)과 2022년(522.7명)이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 인구 전체를 배경으로 한 통계를 보면 암은 아주 흔한 질병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전체 인구에는 암 발생률이 매우 낮은 젊은 연령층이 다수 포함돼 비율을 희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감 수준이 개인 단위인 통계를 보면 다르다. 만일 기대수명(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일생에서 암에 한 번 이상 걸릴 확률을 보면 남자는 37.7%, 여자는 34.8%로 추정된다. 평균적인 수명까지 사는 사람 3명 중 1명 이상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폐암 - 담배 지금 끊어도 20년 지나야
대장암 - 채소만 먹어도 위험! 골고루
위암 - 싱겁게 먹고 헬리코박터 제균
유방암 - 당류 섭취 줄여 인슐린 조절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린 암종은 2022년 기준 갑상선암이고 이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등의 순이었다. 가장 흔한 갑상선암은 성장이 느리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잘 되지 않아 비교적 치료가 수월하며 완치율도 높다는 점을 고려해 5대 암 중 나머지 암종들의 예방법을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에게 들어봤다. 어느 암이든 예방에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암종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세심한 주의 또한 필요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담배 연기만은 아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 요리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곳에서 하는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요리 시 나오는 연기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요리할 때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흡연을 했거나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에 노출된 경우라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폐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30갑년(하루에 피운 담배 갑수에 기간을 곱한 것)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고,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 3~5년에 한 번은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직계가족이 폐암에 걸린 경우는 보다 더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소화기 계통에 생기는 대표적 암종인 대장암과 위암은 식습관 관리가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영양소가 고루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아직 확실한 연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장암에는 붉은색 육류 외에도 동물성 지방, 가공육, 알코올, 정제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 등이 주요한 발생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섭취한 식이섬유는 대장암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홍승욱 소화기내과 교수는 “그렇다고 대장암 발생과 관련 있다는 돼지고기, 소고기 등 붉은 육류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분들이 있는데, 붉은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식이섬유, 채소만 섭취하면 오히려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따라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방암은 식습관과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처럼 발생 요인이 일부 밝혀져 있으나 여전히 발생 요인을 찾기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직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 또한 없다. 대신 운동이나 식습관 조절로 발생 위험을 낮출 수는 있다. 먼저 운동은 가장 좋은 유방암 예방법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에스트로겐 생성과 복부지방 축적을 줄이며 인슐린 수치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동물성 지방이나 오메가6 지방산 대신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황록색 채소와 과일, 콩, 곡물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 섭취를 늘리면 도움이 된다. 유태경 유방외과 교수는 “당 흡수가 증가할수록 당을 산화시키기 위해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당을 섭취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상호작용이 활발해져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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