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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잔꾀…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누굴 위한 머리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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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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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영풍의 경영권 다툼이 질기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분쟁의 돛이 올랐으니 벌써 6개월째입니다. 두 회사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주식 매수, 주주총회 표대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란 낯선 규정을 사이에 두고 머리싸움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언제쯤 끝날까요? 3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될까요? 더스쿠프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한번 더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복잡한 내용이 많아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름하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설명서입니다.

70년가량 '동업관계'를 유지하던 비철금속 제련업체 영풍과 비철금속 전문업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6개월 넘도록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시작을 알렸죠.

여기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으로 맞서면서 분쟁은 시끄러워졌습니다. [※참고: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은 더스쿠프 617호 '동맹보다 무서운 탐욕: 영풍 vs 고려아연 밥그릇 쟁탈전의 속내'와 618호 '승자의 저주 부르는 자존심 싸움: 영풍-고려아연 위험한 베팅'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임시주총의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임시주총이 끝나고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지만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선 임시주총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결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지분 40.97%(영풍·25.40%+MBK· 15.57%)를 확보했습니다. 반면,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고 있는 최윤범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의 지분은 34.35%를 기록했습니다. 지분구조만 보면 영풍·MBK의 낙승이 예상됐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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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습니다. 고려아연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꺼내들면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냈습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A회사가 B회사 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면 B회사가 가진 A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A회사는 고려아연, B회사는 영풍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활용하기 위해 임시주총 하루 전인 1월 22일 유한회사이자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의 지분 10.3%를 매각했습니다. SMC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100%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설립한 기업입니다.

SMC가 영풍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만들어졌고,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겁니다(그림➊). 그 결과, 1월 열린 임시주총에선 고려아연이 상정한 이사 수 19인으로 제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모두 가결됐습니다.

고려아연이 추천한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순환출자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국내법(상법 제369조 제3항)을 십분 활용한 결과였습니다. [※참고: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풍도 순순히 물러서진 않았습니다. 지난 1월 31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법원이 결론을 내놓은 건 지난 7일입니다. 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이사 수 19인으로 제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7명의 직무집행도 정지했습니다.

[※참고: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영풍은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 14명을 이사로 선임하려 했습니다. 기존 12명이었던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 측 이사 14명을 집어넣어 과반을 차지하려는 전략이었죠. 이사회를 차지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으니까요. 고려아연은 이를 막기 위해 이사 수를 최대 19명 제한하는 내용을 주총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신규로 선임할 수 있는 이사수를 7명으로 제한해 이사회를 차지하려는 영풍의 시도를 무력화한 겁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이사 수가 핵심 쟁점이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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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고려아연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SMC)를 활용해 만든 순환출자 고리로 영풍·MBK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SMC는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식회사 간 순환출자한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그림➋).

그렇다면 고려아연과 영풍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논란은 해소된 걸까요? 아닙니다. 그 이후부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의 틈새를 파고드는 양측의 꼼수 대결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영풍은 의결권 행사를 위해 법원에 가처분까지 제기했습니다. 두 회사는 어떤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이 이야기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설명서 2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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