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초등학교의 작은 졸업식.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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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올해 회사 동료의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동료의 아이는 거주하는 읍내에서 차로 30분가량 걸리는 면 소재지의 작은 학교에 다녔다. 그 학교는 나와 남편이 양양으로 이주 후 운영했던 가구 공방의 바로 옆이라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당시 교감 선생님이 공방을 찾아와 학생들에게 목공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기계 사용이 위험해 거절했지만,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선생님의 열의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작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색 있는 교육 과정에 만족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한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부터 악기나 외국어 교육, 방과 후 수업 등 작은 학교만의 장점을 이유로 일부러 도시에서 이주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농촌 유학이다. 물론 학교의 규모, 교직원의 열정, 지역 사회의 지원, 학생의 참여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작은 학교 내에도 편차가 있다.
한편,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있는 또 다른 지인은 일부러 규모가 큰 읍내 초등학교를 선택했다.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작다’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실제로 사회성과 경쟁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지역에서도 큰 규모의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도 많다. 어느 쪽이든 일리가 있다. 다만 작은 학교나 큰 학교가 아이의 성향이나 학부모의 지향점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로서 좋다고 하기에는 지역의 교육을 둘러싼 상황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얼마 전 지역 신문에서 강원도 초등학교 중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작은 학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학령인구 감소로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러한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육청에서 맞춤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2024년에도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44억원을 투자했다. 작은 학교가 늘어나는 게 ‘다른 교육’을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아닌 지역 소멸과 학령인구 감소의 합작 때문이라면 이 상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같은 날 또 다른 지역 신문에는 강원도 고등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매년 전국에서 가장 적은데,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내신 상위권 등급 확보가 어렵다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다. 1등급은 상위 4%에 돌아가는데 학생이 100명이면 4명이 1등급을 받지만 30명이면 1명만 받기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강원도는 앞으로도 전국에서 가장 적은 학교당 학생 수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때는 장점이었던 작은 학교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농촌 유학을 와서 작은 학교에 다닌 뒤 중학교에 진학할 때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학업과 미래를 생각해서다. 지역에 남는다고 해도 같은 면 소재지 작은 중학교가 아닌 읍내의 큰 중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대도시에서는 4살 고시, 7살 고시, 초등 의대반이 화제다. 서울에 사는 친한 친구도 아이의 사립초등학교 진학을 고민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고려하면 그 마음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자식이 없어 교육 문제는 한발 물러나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가족, 친구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다 보니 외면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이 더 적은 이곳에서는 기성세대로서 부채감과 책임감 때문에 조금 더 다가가 보게 된다. 농촌 유학을 왔다 도시로 돌아간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다시 지역에 올까? 도시와 학력 격차가 큰 데다 대입 불리까지 겪는 학생들은 어느 대학에 어떻게 진학할까? 청년이 된 그들은 지역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여기서 학교를 보낼까? 어쩐지 답이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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