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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한미 관계 '3대 책략' [안호영의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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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고압적 트럼프, 한국이 직면한 3대 문제
최강 제조업 경쟁력, 국제규범 강조하며
국가적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필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월 13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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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달이 지났다. 1기 정부 당시 주미대사로서 동맹과의 관계 유지에 전임자들과는 매우 다르게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복귀한 트럼프가 동맹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우선 관찰되는 것이 서구 동맹들에 대해서 매우 고압적 태도를 보인 데 비하여, 인·태 동맹들에 대해서는 아직은 덜 그렇게 행동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지난달 말 1주일 이상 워싱턴에 체류하며 만난 많은 미국 조야 인사의 관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경고를 잊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의 양대 축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이므로 인·태 지역도 이것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세 가지 과제에 대한 해답을 구해야 한다.

첫째, 통상·안보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의 문제이다. 서구 동맹들은 보복과 대립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인도 등 최근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가진 인·태 국가들은 보다 유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국력, 안보·경제적 현실, 국내 정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종 유화적 태도를 견지했다. 안보, 통상, 미국에 대한 투자 등 트럼프의 관심 분야에 대하여 그의 기대를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소나기가 오면 우선 피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인·태 국가도 여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유념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반영한 큰 그림을 갖고 한미 관계를 '윈-윈'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트럼프가 무리한 관세 전쟁을 벌이는 목적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 원자력, 방산 등에서 세계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한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여야 한다.

둘째, 지난 80년간 인·태 국가들의 안보와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던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국제 질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이 그 역할을 등한시하는 상황에서 전통적 동맹 국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의 방관적 입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워싱턴 인사들마다 시각이 많이 갈렸다. 그러나 동맹국들은 미국의 복귀를 촉구해야 한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나토, G7 등을 통한 협력을 강화하여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국제 질서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2차대전 전의 '힘의 지배'로 복귀하게 되고, 우리 안보와 번영에 치명적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 위기와 국제 질서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훼손은 안보는 물론,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에게 특별한 위협이 됨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 그 해결책의 핵심은 기술의 초격차 유지일 수밖에 없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은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 개혁,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하는데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 발목을 잡는 법·규정·제도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식 태도는 공멸의 길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의 정치적·경제적 거버넌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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