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여야 정쟁거리 삼아봐야 이득없어
표심 의식한 정치권 발언 신중해야
미국 에너지부가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이달 중순 뒤늦게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도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협력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우려 말고도 혈맹인 미국이 한국을 북한과 이란,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불량국가 반열에 줄 세웠다는 것에 더 큰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17일 여당의 핵무장론을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 했던 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양국이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문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어설프게 핵무장론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민감국가 선정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더라도 한국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얼마나 심한지를 깨달았으면 한다.
그러니 핵무장론을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아예 입을 꾹 다물고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득은 전혀 없고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손실만 가는 핵무장론을 갖고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또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보에 있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자주국방도 가능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핵 강국’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 핵 지위를 인정하게 된다면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거부가 약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직면할 파장도 엄청나다. 일본의 핵무장과 중국, 러시아의 견제 등으로 오히려 안보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각종 제재를 받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하다못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는 것만으로도 미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지장을 초래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지 않았는가.
결정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태세인데 자꾸 미국의 의구심을 사게 하는 주장을 펼치면 무슨 실리가 있을 것인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손상하고 경제를 망가뜨리는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 여야 모든 정치인은 발언 하나하나조차 신중해야 한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 (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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