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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토)

충남 서산 고파도서 '6·25 참전' 남아공 조종사 유해발굴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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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목격됐으나 70여년째 실종 상태

주민들이 유해를 목격했다는 고파도 모래사장의 전경.(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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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 소속 전투기 조종사의 유해를 찾는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4일부터 4월 11일까지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에서 6·25전쟁 참전 유엔군을 찾기 위한 유해발굴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해발굴은 지난해 5월 한 주민이 미군 전투기 추락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시작됐다. 국유단은 같은 해 10월 고파도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하던 중 "어장 양식을 위한 작업 중 비행기 잔해 같은 금속조각을 목격했다", "70년대 해수욕장에서 낙하산을 발견해 이불을 만들었다", "유해를 모래사장 일대에 매장했다고 들었다" 등의 증언을 확보했다.

국유단은 유해 소재의 신빙성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주민들의 증언이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조종사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번 유해발굴 대상은 1953년 8월 28일 미 제18전투비행전대에 배속된 남아공 공군 조종사로 추정된다. 이 조종사는 F-86 세이버 전투기에 탑승해 훈련하고 있었는데, 전투기 대체 시스템과 비상 시스템 게이지에 문제가 낙하산 탈출을 시도했다. 그의 낙하산은 해상에서 목격됐으나, 이틀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아 최종 실종 처리됐다.

국유단은 미 DPAA 자료와 주민 탐문 결과를 분석해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판단했다. 당시 전투기는 충남 태안군 이원면과 고파도 사이에 추락했다. 국유단은 해류의 흐름과 바람의 영향, 고파도 해안가의 모래언덕 등 지형적 요인으로 전투기 잔해와 낙하산, 조종사 시신이 고파도 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국유단은 주민이 유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모래사장을 비롯해 모래사장 후사면, 인근 야산 등에서 발굴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관련해 이근원 국유단장은 지난 2월 12일 주한 남아공대사를 만나 조종사의 유해를 찾기 위한 고파도 유해발굴 추진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단장은 유해가 발견됐을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한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24명의 남아공 조종사 실종자 중 9명만이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확보된 상태다.

이 단장은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모든 게 다른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영웅의 유해를 찾는 것도 우리의 소명"이라며 "유해발굴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과거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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