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 [파로스아이바이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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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공지능(AI) 뛰어들더니, 9년 만에 대박났다”
AI 플랫폼으로 개발한 신약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달 리커전이 LA에서 열린 국제 뇌졸중 컨퍼런스(ISC)에서 자사의 AI 기반 약물 ‘REC-994’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하며 AI 신약 개발 시장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AI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파로스아이바이오와 닥터노아바이오텍, 온코크로스가 손에 꼽힌다.
24일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일 서울대병원이 신청한 난소암 환자 치료를 위해 임상 1상 단계에서 신약 후보물질 PHI-101에 대한 사용 승인을 내렸다. PHI-101은 FLT3 단백질 변이를 표적하는 차세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다.
치료목적 사용제도는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을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등에 한한다.
임상 단계에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만큼,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지난해 약사법령 개정에 따라 동료 의사 3명의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는 절차가 추가됐다. 임상 1상 단계에서 이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했다는 것도 유의미한 지점이다.
지난해에는 서울대병원은 난소암 환자 2명과 급성골수성백혈병(FLT3 변이 양성) 환자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은 세 명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물질 사용을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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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101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24년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됐고 지난달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병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PHI-101이 바로 AI 개발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점이다.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에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나온 것은 현재까지 PHI-101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PHI-101은 현재 국내와 호주에서 임상 1b상을 종료하고, 올해 글로벌 임상 2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조건부 품목 허가를 통한 조기 상용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왼쪽)와 김창훈 마크로젠 대표가 지난 21일 정밀의료 혁신을 위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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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스아이바이오가 국내 AI신약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AI신약 1세대로 꼽히는 윤정혁 대표가 있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계산화학과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윤 대표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재직 당시 생소하게 여겨졌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연구에 뛰어들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등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9개의 모듈을 갖췄다. 케미버스는 약 62억건의 단백질 3차원 구조 및 화합을 탑재해 약물의 신규 화합물 스크린과 선도 후보물질 도출을 비롯한 신약 모델링, 약물과 호응하는 타깃 유전체 분석을 통한 신규 타깃 및 적응증 제안 등 신약 개발 과정을 효율화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방대한 생물학적·화학적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최적의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독성 및 약효를 정밀하게 예측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AI 기반 연구전략은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PHI-101외에 난치성 고형암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물질 PHI-501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PHI-501도 2021년 미국 FDA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달 임상 1상에 착수한 PHI-501은 최근까지 진행된 전임상 연구에서 기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악성흑색종과 난치성 대장암에서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BRAF, KRAS, NRAS 돌연변이를 가진 고형암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능이 확인된 바 있다.
PHI-501은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으로 화이자의 ‘브라프토비’, 로슈의 ‘젤보라프’, 노바티스의 ‘라핀라’ 등 기존 승인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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