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억원 내면 기업 부스 설치·로고 배치
트럼프, 밈코인 발행·테슬라 시승행사 물의도
CNN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다음 달 열릴 '부활절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 행사를 기업체들의 브랜드 홍보장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기 임기였던 2019년 4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부활절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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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외부 이벤트 업체 '하빙거'를 통해 올해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브랜드 홍보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할 기업 스폰서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는 윤리적·법적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이들 매체는 지적했다.
CNN이 입수한 9쪽짜리 행사 안내 자료를 보면 업체들은 최저 7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부터 최고 20만달러(약 3억원)까지 후원금을 내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비싼 20만달러 항목을 택하면 백악관은 기업 부스 설치, 로고 배치, 기업 브랜드가 새겨진 간식 또는 음료 제공,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의 브런치 참석, 백악관 기자단과의 교류 기회, 백악관 개인 투어 및 이벤트 티켓 150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147년의 전통을 지닌 '부활절 달걀 굴리기'는 백악관이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다. 어린이 수천 명이 백악관 뜰에서 삶은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란 산업을 장려하는 마케팅 단체 미국달걀위원회(AEB)가 수천개의 계란을 후원하고, 모금액은 모두 재클린 케네디가 설립한 비영리 사립교육기관인 '백악관 역사협회'로 전달된다. 연방 공무원들이 공직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연방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는 올해와 같은 기업체 관련 홍보 활동은 없었다.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 고문실에서 수석 윤리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W.페인터 변호사는 CNN에 "백악관이 사기업으로 하여금 그들의 브랜드를 홍보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을 사설 비영리 단체로 유입되게 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재임 시 '부활절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 행사에 참여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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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자로서의 지위를 사익 등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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