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활용과 책임 부여, 제도 효율 높여
인재들 자부심 가질 동기 부여… 성과 이뤄
좋은 풀밭에 매어 놓은 소는 신선한 목초를, 척박한 땅에 매인 소는 나쁜 풀을 먹고 자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다론 아제모을루 등은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로 나뉘어 있는 노갈레스시를 사례로 든다. 이 도시는 담벼락을 경계로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남쪽은 멕시코 소노라주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불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두 지역 주민들의 삶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시민의 연평균 가계소득은 3만달러에 달하며, 전기 전화 도로망 공중보건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다. 반면, 소노라주 노갈레스의 시민들은 평균 가계소득이 북쪽 지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사회간접자본과 치안이 열악하다. 무엇보다 행정 시스템이 부패해 필요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뒷돈을 건네야 한다.
효율적인 제도의 핵심은 바로 인센티브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좋은 제도는 간단히 말해, 인센티브를 공정하게, 그리고 일이 가능한 방향으로 작동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특허제도이다. 특허제도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건너와 꽃을 피웠다.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집에서 어머니에게 배운 게 전부였다. 아제모을루 교수에 따르면, 1820년부터 1845년까지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사람 중에서 부모가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유력한 지주 가문 출신인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에디슨처럼 기본 교육밖에 받지 못한 사람이 특허 취득자의 40%에 달했다. 미국이 19세기에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면에는 특허라는 대단히 혁신적인 제도가 있었다.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 |
우리 역사에서 세종만큼 인센티브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한 임금은 없을 듯하다. 세종은 나랏일에 기여한 인재에게는 순서를 뛰어넘어(不次) 승진시켰다(擢用). 중대한 잘못을 범한 자에게는 가차 없이 벌을 내렸다. 천민 신분의 장영실을 지금의 국장급인 대호군까지 승진시켰다. 반면 일본과의 우호를 깨뜨린 수군 지휘관 최완에 대해서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형에 처했다. 1450년 그가 사망했을 때 신하들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그의 국가경영 비결로 꼽았다.
세종은 주위의 아부성 칭찬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에 넘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 그에게 무기의 성능은 아군의 생명과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따라서 그는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성능의 화포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고, 모조리 깨부수라고 지시했다. 이 장면은 마치 1977년 박태준 회장의 ‘포항제철 산소공장 폭파사건’이나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애니콜 화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건 모두 최고 수준의 품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부족한 것들을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개선했던 사례들이다.
세종 재위 말년에 개발된 최고 성능의 화포, 바로 영화 ‘신기전’에서도 소개된 다발다전 화포기술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종과 함께 일했던 인재들이 ‘완벽’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추구한 결과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넘어,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만약 지금 우리의 제도에 대해 세종에게 묻는다면 아마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첫째, 일을 방해하는 규정과 절차를 즉시 부숴버려라. 둘째, 인재들이 신명 나게 일하도록 확실하게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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