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이구나!’ 지난 주말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하얀 목련 꽃망울을 보며 나온 읊조림이다. 봄의 시작인 3월 초에도 전국에 눈이 내리고 최저기온이 섭씨 0도로 내려가는 궂은 날씨였다. 그럼에도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쌀쌀한 봄의 초입에도 생명력은 숨 쉬고 있었다. 생명이 움트는 봄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뒤 희망의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국내외 환경이 모두 어려운 시기입니다.” “여전히 투자받기가 녹록지 않네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죠.”
최근 기자가 만난 헬스케어 산업계 관계자들의 한숨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성과를 만들어 왔던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에 아직 봄은 먼 이야기로 여겨진다.
최근 수년간 꽁꽁 얼어붙은 투자 심리에 헬스케어 분야 투자는 대폭 줄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의약품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탄핵 정국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최근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쏠렸던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이 불발됐다.
본지는 지난해 6개 회사에 이어 최근 ‘상장 새내기 바이오기업’ 시즌2 연재를 통해 8개의 기업을 소개했다.
해당 기업들은 국민 건강 증진, 치료 환경 개선, 희귀난치질환 정복, 치료제 개발 등을 목표로 제시하며 희망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에 차 있었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흉내만 내는 R&D만 진행할 게 아니라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선경 한국형 ARPA-H프로젝트 추진단장이 지난해 8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성실한 실패’에 대해선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해도 덤빌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산업계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지원,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올해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산업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욱 분주해져야 한다. 성공적인 규제 개혁으로 꼽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개혁 시리즈에 이을 또 다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수년간 이어온 정부의 바이오백신펀드 조성과 투자도 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신약개발, 헬스케어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인재양성 시스템 강화도 시급하다.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 확대, 기업 간 협업과 공동연구를 위한 바이오클러스터 활성화 등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제시한 방안을 지금 실천해야 할 때다.
[이투데이/송병기 기자 (songb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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