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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완전점령 계획…주민은 특정지역 강제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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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하마스 소탕 넘어 통치권 행사 목표”

2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IDF) 전차들이 가자지구와 접한 이스라엘 남부 국경 근처에 배치돼 있다. IDF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 일대에 지상군을 투입,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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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교전을 재개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공식 철수한 지 20년 만이다. 220만 명의 가자 주민은 협소한 ‘인도주의 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 통치 구상을 사실상 방조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것으로 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 등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재점령 계획을 작성해 안보 내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 직후 1967년부터 약 40년간 가자지구를 점령해 오다가 2005년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점령 계획의 핵심은 전투사단 여러 곳을 투입해 하마스 잔당을 가자지구에서 몰아내고, 이스라엘군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장악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점령이 아닌 하마스 소탕에만 목적을 두고 ‘들어가서 싸우고 철수하는’ 것을 반복했던 군사 작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FT는 이스라엘군이 18일 공습 재개 이후 ‘승리 후 통치’까지 염두에 두고 가자지구에서 장기간 주둔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장성은 FT에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전투”라며 최근 ‘전투, 점령, 통치’를 위한 수 개월간의 작전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대부분 지역을 비우고, 기존 가자 주민 220만 명은 지중해 연안의 비좁은 ‘인도주의 구역’에 보내 식량 원조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FT에 이스라엘이 최근 팔레스타인 주민 한 명당 필요한 열량까지 계산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에 하마스가 개입할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직접 배급하거나 민간 업자를 통해 분배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팔레스타인인의 가자 이주 구상을 재차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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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획이 추진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던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개발’ 등 새로운 가자지구 구상을 발표하는 등 이스라엘의 공격적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FT에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종식’을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전쟁에 승리하기를 바란다”며 “하마스 격퇴는 미국의 핵심 국익과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강경파의 압력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교전이 중단된 1단계 휴전 기간(1월 19일~3월 1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장악력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자, 기존 접근이 하마스를 소탕하기에 부족하다는 극우파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가자지구의 통치권까지 장악해 하마스의 군사적·행정적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는 것. 이달 부임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극우 정치권의 지원 속에 가자지구 점령 계획 작성을 주도했다.

다만 가자지구 재점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삶의 터전에서 내몰아 식량 원조에만 겨우 의존해 살도록 하는 방안은 인도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가자 주민들 내부의 반발심이 커져 오히려 하마스의 세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최소 4개 전투사단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간 소모된 병력 등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군이 이를 완수할 역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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