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일대에서 트랙터를 트럭에 실어 행진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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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트랙터 시위’를 위해 상경했다. 트럭에 트랙터 수십 대를 싣고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 집결한 이들은 광화문으로 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전농 등 전국 농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전봉준 투쟁단’은 남태령고개 과천대로 일대에 모여 결의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남태령에서 집회한 지 94일 만이다. 오후 3시20분 기준 충청·강원·전라·경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트럭 수는 32대, 여기에 실린 트랙터는 40대에 달했다.
전봉준 투쟁단은 오후 2시부터 집회를 한 뒤, 오후 3시부터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광화문까지 행진 시위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탄핵 찬·반 충돌이 우려된다”며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전농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고 “트럭 20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전농 측은 이에 반발하며 행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일대에서 트랙터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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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전 10시쯤 전남 영광군농민회 트랙터 2대가 5t 트럭에 실려 가장 먼저 도착했다. 새벽 5시에 영광읍에서 출발했다는 농민 이모(55)씨는 “밭에 있어야 하는 농번기 트랙터가 서울에 올라온 건 12·3 불법 비상계엄 때문”이라며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야 일상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경한 트랙터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흰 고무신과 검은 고무신을 한 짝씩 신은 전남 순천 농민 송완섭(69)씨는 “이래도 못 살고 저래도 못 산다”며 “쌀값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농민들이 먹고살 수가 없어 이판사판으로 상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후 1시40분쯤엔 트랙터를 실은 대형 트럭이 서울 시내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 기동대가 제지했다. 농민 시위자 3명이 연좌를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행진을 보장했지만 여러분(시위자)들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며 “형법 185조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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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집회 인근에선 탄핵 반대 집회도 열렸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양쪽을 분리하면서 큰 충돌은 없었지 않았지만, 간간이 다툼이 벌어졌다. 트랙터 행진 대열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합류해 “전봉준 팔아먹는 농민, 더불어 공산당은 꺼져라”라고 외쳤다. 탄핵 반대 유튜버 차량 앞에서 ‘파면’이라고 써 붙인 징을 연신 울리는 탄핵 찬성 지지자도 있었다. 일부 유튜버들은 트랙터 바퀴를 촬영하면서 “새것 같다. 일부러 흙을 묻힌 거 아니냐”고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회원들은 ‘탄핵 각하’ ‘이재명 구속’ 손 피켓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전농이 12월 21일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트랙터 30여대, 트럭 50여대를 끌고 상경 집회를 벌였을 당시엔 경찰 차벽 통제에 막혀 28시간 대치하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행진한 뒤 해산했다.
손성배·서지원·이찬규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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