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피프틴’ 방송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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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이하 여자 아이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MBN)이 방영 전부터 아동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제작진이 일부 편집본까지 공개하며 방송 강행 뜻을 고수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첫 방송 예정인 ‘언더피프틴’은 15살 이하 여자 아이들 59명이 걸그룹 데뷔를 위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 참가자들이 허리 등이 노출되는 옷을 입고 성인 아이돌처럼 포즈를 취하거나 선정적인 가사의 팝송에 춤추는 모습이 담기며 성 상품화 논란이 일었다. 지원자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바코드가 달린 티저 이미지도 나와 논란이 가중됐다. 해당 프로그램이 아동들을 가혹한 경쟁 구조에 몰아넣고 성인 아이돌처럼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자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는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보고회를 열어 이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황인영 대표는 “알파세대 오디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게 기획 의도의 가장 주요한 부분”이라며 “알파세대들은 케이팝 문화가 기준이 된 시대에 살고 있고 재능을 발현하고 싶어하는데, 그 세대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10여년 전에는 섹시 콘셉트의 무대들이 있었지만 현재의 트렌드가 그렇지 않다. 알파세대들은 그런 무대를 흉내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기획 당시 걸그룹 오디션으로 특정 짓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 중 압도적으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보였고, 다음 시즌에서 보이그룹을 할 수 있으니 일단 걸그룹으로 시작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작진이 공개한 1회 편집본을 보면, 방송은 ‘가수 보아, 아이유 등은 어린 나이에 가수의 꿈을 이뤘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이어 스트리트 댄스와 힙합 댄스를 추는 참가자들, 가수 에스파와 리사의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참가자들이 등장하고,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서혜진 대표는 “2주 전 심의·기획·편성팀, 방심위에 완본을 보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검토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사진에 바코드를 붙인 것을 두고는 학생증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대표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교라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라서 학생증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라며 “요즘 학생증에는 바코드가 나온다. 이 바코드를 성적인 걸로 환치시켜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앞서 엠비엔은 지난 21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방영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서 대표는 이날 “녹화된 모든 분량을 먼저 편집하고 사전 심의받은 뒤 방송 날짜를 조율하려고 한다”며 방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만 15살도 채 안 된, 심지어 8살까지 포함된 여성 아동이 진한 화장을 하고 신체가 드러나는 옷을 입게 하고, 마치 상품처럼 보이도록 하는 바코드 이미지까지 넣어 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며 “참가자들의 꿈과 희망, 좌절 등을 보여 준다는 좋은 의미로 출발한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드러냈는데도 아동들을 인위적으로 경쟁 구도에 몰아 넣는 형식도 문제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엠비엔 본사 앞에서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