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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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이 18년 만에 어렵사리 단행된 연금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여야 합의로 관련 법 개정까지 마친 상황인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편다. 젊은층 ‘표’를 얻으려는 차원이겠지만, 유력 정치인들의 과장된 주장이 자칫 국민연금 불신을 더욱 조장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거부권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바로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각각 ‘청년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연금개악법’이라는 취지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은 “비겁한 야합에 맞설 용기 있는 정치인 간의 연대가 절실한 때”라며 연금개혁 저지를 위한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작 여야 지도부가 연금개혁을 두고 협상을 벌일 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뒤늦게 청년층 반발에 올라타 정치쟁점화시켜 대선 정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문제는 과장된 주장이 많아 연금에 대한 신뢰 자체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86세대만 꿀 빤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9→13%)은 8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고 소득대체율(41.5→43%)은 내년부터 바로 올리면, 낼 기간이 짧은 기성세대 이득만 커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과거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은 은퇴 직전 고령자보다는 아직 가입기간이 한참 남아 있는 청년세대일수록 오히려 인상 효과가 크다. 소득대체율은 초창기 제도 안착을 위해 높게 설정했다가 차츰 인하하는 경로를 밟아왔는데, 이번엔 미약하나마 올렸기 때문에 젊은 가입자일수록 인상 폭이 커진다.
이번 모수개혁은 연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 15년 늦췄을 뿐이다. 미래세대 부담을 덜려면 연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이 더 나와야 한다. 또 국민연금으로 노후가 넉넉해지기 위해선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뿐 아니라 더 많은 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따라야 한다. 정치권이 세대별 편가르기나 하며 정략적 접근에 골몰해선 연금개혁이 이어지기 어렵다. 연금 불신 조장행위를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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