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대전사 "밤새 물 뿌려" 지켜…다행히 화마 비껴가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배경 주산지 일대 역시 무사
'사찰 화재 막아라' 고군분투 |
(청송=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밤새 사찰을 지키려고 물을 뿌리면서 지켜봤습니다. 다행히 불길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 새벽부터 나와 살펴보는 겁니다."
26일 오전 경북 청송 하늘은 온통 희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닷새째 확산 중인 경북 북부 산불이 전날 안동을 지나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까지 번지면서 초긴장했던 상황.
청송 시내는 여러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탓에 메케한 연기가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내내 갇혀 있었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얼굴'인 천년고찰 대전사는 밤사이 턱 끝까지 화마(火魔)의 위협을 받았지만, 다행히 불길이 사찰 쪽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대전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보물 제1570호 보광전 등 여러 문화재가 보관된 곳이다.
사찰 인근에 물 뿌리는 대전사 |
이날 이른 아침부터 인접 사찰에서 방문한 승려부터 주지 법일스님까지 자욱한 연기를 헤치며 사찰 곳곳에서 피해 흔적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전날 사찰이 화선으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에서 불길의 위협을 받자 공원은 조선 후기 불화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 등 문화재 6점을 반출하고, 법일스님 등 승려 3명을 대피시켰다.
주왕산 내에 있는 주왕암, 학소대, 용추폭포, 주봉 등 명소 역시 불길이 가까스로 비껴가면서 공원 관계자들도 한숨을 돌렸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이 된 저수지 '주산지' 일대 역시 피해를 면했다.
[그래픽] 경북 의성 산불 확산 |
공원·대전사 관계자들은 밤사이 큰 시름을 덜었지만, 이날 진화 상황에 따라 또다시 긴장 상태에 놓일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사찰 관계자들은 마당에 설치된 옥외소화전에 소방 호스를 연결해 사찰 주위 곳곳에 물을 뿌려가며 피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화재가 이어지면서 청송 일대는 전날 밤부터 통신 상태가 불안정해 전화·인터넷 연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청송군 역시 통신 상태 불량으로 추가 정보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찰 화재 막아라' 고군분투 |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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