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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불타 없어졌어"…닷새째 '활활' 울주산불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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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신화마을. 불에 타 무너진 주택.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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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마을을 감싸고 있던 화장산은 곳곳이 불에 타 민둥산이 돼 있었다. 신화마을은 2013년에도 큰불을 겪었지만, 또다시 불길 속에 휩싸였다.

지난밤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았든 불꽃이 마을을 덮치면서 탄내가 짙게 깔렸다. 화마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이윤연(76)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는 "어제 마을 방송으로 대피하라고 해서 귀중품만 챙겨 마을 외곽으로 피했다"며 "연기가 자욱해 집이 어찌 되는지 알지 못했는데…인제 보니 내 집만 불타 없어져 버렸다"고 울먹였다.

화장산 아래 언양읍내 주민들은 밤새 뜬눈으로 불길을 지켜봐야 했다. 60대 한 주민은 "산불이 우리 아파트 바로 앞 대나무 숲까지 다가왔고 이웃들과 소방호스를 끌어다 뿌리며 막아냈다"며 "밤새 바람이 불었고 다시 번질까 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손사래를 쳤다.

2차선 도로를 따라 화장산 뒤편으로 돌아가자, 사찰 '길상사' 자리가 쑥대밭이 돼 있었다. 사찰 지붕은 산불 열기로 엿가락처럼 휘었고, 법당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에 탔다. 산불 현장에서 한 경찰관은 "화장산 산불로 산 아래 울산양육원 85명 등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는데, 그때 사찰 스님이 한 분이 계셨다"면서 "다행히 빠른 대피로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찰 주지 스님은 불을 끄던 중 발목 골절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주군 화장산 뒷편 사찰이 불에 타 무너져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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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산에서 20㎞ 정도 떨어진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은 여전히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산 아래 귀지마을에 사는 60대 주민은 "집 뒷산까지 불이 내려와서 이웃집이랑 대야에 물을 받아 정신없이 뿌렸다"며 "소방차가 오면서 불길이 잡혀 건물 피해는 없지만, 텃밭과 뒷산에 있던 산소가 타버린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5일 정오. 울산 울주군 대운산 자락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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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인근 양달마을 등 6개 마을 주민들은 산불 진행 방향에 따라, 대피를 반복하고 있다. 산불 대피소 중 한 곳인 울주군 온양읍행정복지센터 3층 강당에는 20여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었다.

심순옥(79) 할머니는 "급히 불을 피해 나오다 보니 아무것도 못 챙겨 나왔다"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언제나 불이 끝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김모(57)씨는 "대피 중이어서 제사도 제때 못 지낸다"면서 "적십자에서 나눠준 옷을 받아 입어가면서 닷새째 대피 생활 중이다"고 하소연했다.

산림당국은 울주지역 산불 진화에 총력 대응 중이다. 다행히 25일 정오 화장산 뒤편에서 시작한 산불은 26일 오전 8시쯤 주불이 잡힌 상태다. 이 불은 20여 시간 강한 바람을 타고 63㏊를 태우고, 주택과 축사, 사찰 등 여러 채의 시설물을 잿더미로 만든 뒤 가라앉았다.

하지만 22일 불이 시작된 대운산 산불은 잔불이 수시로 되살아나면서 여전히 불기둥을 내뿜고 있다. 산림당국은 헬기 13대를 투입하고, 공무원과 군부대 등으로 이뤄진 진화인력 1200여명을 보내 주불 잡기에 애를 쓰고 있다. 26일 정오 기준 진화율은 78%. 피해 면적은 658㏊다. 305가구 317명의 주민이 대피 중이다.

불이 꺼진 화장산.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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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는 간밤 내내 거센 바람이 강풍 특보 수준으로 몰아친 데 있다"며 "정부는 산불 진화를 최우선으로 가용한 인력‧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 고리를 단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경남 산청, 울산 울주, 경북 의성, 경남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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