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한 민가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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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가, 없는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요리연구가 유한윤씨(60대)는 26일 오전 텅 빈 고택에 들어가 이웃을 불렀다. 마루 앞 신발, 텃밭에 심은 각종 식물 등 곳곳엔 생활 흔적이 가득했지만 부름에 돌아오는 건 고요함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만 자리를 지켰다.
하회마을에서 나고 자란 유씨는 자욱이 깔린 화재 연기에도 마을을 한참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까지 마을에 남은 유씨는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으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고향 모습을 담기 바빴다. 유씨는 "마지막 밤이 될 수 있으니까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25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안동하회마을 내 경로당에는 성인용 보행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사진=민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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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산불은 닷새째 이어오면서 세를 넓히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쯤 산불은 하회마을 남쪽 약 5㎞ 앞까지 번졌다. 전날에도 하회마을 10㎞ 앞까지 불이 다다르면서 주민들은 중요 물품만 챙겨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유씨 외 마을 주민은 찾기 어려웠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려던 한 주민에게 다른 주민은 "여기 들어오면 안 돼. 빨리 나가"라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날 머니투데이가 찾은 경로당에는 성인용 보행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입구에서 소방대원들이 상황 보고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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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긴박해지자 소방은 하회마을 입구에 통제본부를 꾸렸다. 이날 바람 상태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소방 관계자는 산불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소방은 보물로 지정된 '충효당' 등 중요 국가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하회마을 내 소방대원을 배치했다. 충효당은 '징비록'과 '서애집' 등 유명 서적을 집필한 조선시대 문신 류성룡의 집이다.
소방대원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정오 기준 하회 마을에는 소방차 18대와 소방 인력 100여명이 투입됐다. 불에 약한 초가집 특성 때문에 대원들은 화재 예방 차원에서 집 지붕과 벽면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하회마을 길바닥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는 대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26일 오전 국립경국대 안동 캠퍼스./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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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로 북적거려야 할 대학 캠퍼스도 적막감만 감돌았다. 국립경국대 안동 캠퍼스는 전날 경북 의성에서 넘어온 산불이 학교 인근까지 번졌다는 소식에 오는 28일까지 휴교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도 입을 가리거나 옷가지로 얼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경국대 영어 강사 졸리(20대·남아공)는 "너무 무섭다. 생각지도 못한 자연재해"라며 "대학에 온 지 2주밖에 안 됐는데 학교 수업이 멈춰서 안동 시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방문한 국립경국대 안동캠퍼스 체육관 내부에는 전날 학생들이 먹다 남은 생수와 컵라면 등이 바닥에 놓여있었다./사진=민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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