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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밀 없었다” 진화 나섰지만…‘채팅방 군사작전 논의’ 美민주·유럽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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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워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이 25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의 ‘연례 위협 평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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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 정보를 미국의 적이 읽었다면 미군과 정보요원들에게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미국 시사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 보안 불감증에 대한 후폭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전쟁계획 민간 메신저 논의 및 유출’ 사건에 대해 “기밀은 없었다”고 진화하고 나섰지만 비난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군사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언론인을 초대한 실수를 저지른 동시에 유럽에 반감을 드러낸 발언도 대화 내용에서 드러나면서 유럽까지 파장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상원 정보위의 ‘연례 위협 평가’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의 안보 관리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메시지 앱에서 오간 군사 작전 내용이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보안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만약 이것이 군 장교나 정보 장교의 경우이고, 그들이 이런 종류의 행동을 했다면 해고됐을 것”이라면서 “이것은 기밀 정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부주의하고 무능한 행동의 한 예시”라고 비판했다.

앤거스 킹 민주당 상원의원(메인주)도 “후티 반군 공습 전에 이 대화가 공개됐다면 어땠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지난 15일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 전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서 관련 계획을 논의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 과정에서 실수로 언론인인 골드버그 편집장을 채팅방에 초대했고 이 때문에 전쟁 계획이 언론에 공유되면서 기밀 유출 논란이 발생했다. 이 대화방에는 왈츠 보좌관,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10여명이 있었다.

“기밀없었다”…美안보라인 논란 진화에 ‘진땀’

2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정보위의 ‘연례 위협 평가’ 청문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 왼쪽부터 캐시 파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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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백악관 및 관련 당국자들은 ‘기밀은 없었다’면서 진화를 시도했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의 ‘연례 위협 평가’ 청문회에 참석해 채팅방 논란과 관련, “합법적이며 기밀 정보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민주당·조지아)이 ‘미군이 적의 영공에 공군을 보내는 시점에 대화가 이뤄진 것 아니냐’고 확인한 뒤 ‘그 시점에는 (정보 유출로) 미군이 표적이 될 수 있었다’라고 지적하자 “잘 모르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은 중대한 실수’라는 오소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아니다(No)”라고 반박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채팅방의 대화명인 ‘TG’가 자신인지를 묻는 말 등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즉답하지 않으면서 “시그널 대화에서 어떤 기밀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버드 국장은 채팅방에서 군사적 목표물이 논의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목표물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라면서 “대화는 일반적인 목표에 대한 논의였다”라고 답변했다.

이런 답변에 대해 정보위의 민주당 의원들은 “황당한 일(embarrassment·마이클 베넷 의원)”, “부주의에 절차 위반(마크 워너 의원)”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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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백악관은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민주당과 그들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이 미군을 표적으로 삼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를 차단하려고 했던 테러리스트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라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적 행동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직적 노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작은 결함(glitch)”으로 평가절하면서 “기밀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그도 이번 기회에 배웠을 것”이라며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재신임 의사를 확인했다.

美 인사들 “유럽 무임승차 한심해” 반응에 유럽도 비판…“재교육 받아야”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관련 군사기밀을 실수로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의 대화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 시계방향으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JD 밴스 부통령,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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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인사들이 해당 대화방에서 유럽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유럽에서도 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작전을 거론하며 “우리가 실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에즈를 통한 미국 무역은 3%에 불과하다. 유럽은 40%다”라고 말했다. 후티의 위협으로 유럽이 더 큰 위험에 처했지만 정작 공격은 미국에 떠넘긴다고 비판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우리가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가자. 나는 유럽을 또 구제하는 것이 싫을 뿐”이라고 보냈다. 헤그세스 장관도 이에 즉각 동조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영국의 한 외교관은 “밴스 부통령이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을 주도했다는 인상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전 국방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는 동맹국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예멘이 선박을 표적으로 삼는 문제에 유럽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 이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혐오가 얼마나 깊은지 드러낸다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동맹국들을 ‘업신여긴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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