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전후 고운사 - 왼쪽은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오른쪽은 지난 25일 의성 지역의 대형 산불로 전각들이 전소된 고운사의 모습.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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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천년고찰’ 고운사를 집어삼키면서,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도 모두 잿더미가 됐다.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울 만큼 피해가 큰 상태라 보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의성 고운사는 전체 건물 30동 중 9동만 양호하고 보물인 연수전, 가운루 등 나머지는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26일 밝혔다.
이날 공개된 현장을 보면 두 건물 모두 처참한 상태다.
산불 전 의성 고운사 연수전 내부 - 지난 2월 1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연수전 내부.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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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보물 연수전 전소 -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전날 고운사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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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조선시대 영조(재위 1724∼1776)와 고종(재위 1863∼1907)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기로소는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그러나 화마가 휩쓸고 간 후 연수전은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토석(土石) 담장만 남은 상태다.
연수전이 있었던 자리에는 거센 불길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린 듯한 기와만 쌓여 있다.
조선시대 사찰 안에 지은 기로소 건물로는 유일한 흔적이 사라진 셈이다.
산불 전 의성 고운사 가운루 마지막 모습 - 지난 2월 1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의 가운루.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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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 간 천년고찰 고운사 가운루 터 -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 가운루가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는 전날 고운사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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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로질러 지어진 가운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고운사의 가운루, 연수전, 극락전 등 주요 전각이 전소됐고 일주문, 천왕문 등 일부 전각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두 건물이 사실상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큰 피해를 보면서 보물로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연수전은 2020년, 가운루는 2024년 각각 보물이 됐다.
보물 지정됐다 화재로 해제된 사례 3건
“정확한 피해 현황 보고 판단”
산불로 전소되기 전 의성 고운사 - 지난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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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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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약칭 문화유산법)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가치를 상실하면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2005년 4월 낙산사에서 발생한 산불로 녹아내린 동종이 대표적이다.
낙산사 동종은 1469년 예종(재위 1468∼1469)이 아버지인 세조(재위 1455∼1468)를 위해 낙산사에 보시한 종으로 한국 종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2005년 낙산사 일대를 덮친 산불에 사찰이 전소되면서 완전히 소실됐고, 문화유산위원회(당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해 7월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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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 작업하는 소방대원들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건물 위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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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도 화재로 지정이 해제된 사례가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된 건축물 가운데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해 지정이 해제된 사례는 총 3건이다.
전북 김제 금산사의 대적광전은 1986년 12월 화재로 타 이듬해인 1987년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현재 금산사에 있는 건물은 1994년 복원한 것이다.
전남 화순군 쌍봉사 대웅전은 1984년 4월 발생한 불로 소실돼 보물 목록에서 빠졌고, 경남 하동 쌍계사 적묵당은 1968년 2월 화재로 소실돼 그해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적묵당은 이후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화재로 소실돼 보물 지정이 해제된 3건은 수십년 전 일”이라며 “현재 상황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현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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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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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깨져버린 범종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범종이 불에 타 깨져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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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쓰러진 고목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심어진 고목이 전날 번진 산불에 타 쓰러져 있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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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전소되기 전 의성 고운사 - 지난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고운사는 지난 25일 의성 지역의 대형 산불로 전각들이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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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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