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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美 정보-국방수장 순방에 한국은 ‘패싱’…고위급 소통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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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트럼프 통화 추진하지만 장담 못해

美, 尹탄핵 등 정치상황 안정 기다리는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예방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5.3.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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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직무에 복귀하면서 정부가 한미 정상급 소통 정상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여전히 대미 고위급 소통 차질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두 달을 넘기면서 한미 관계 불확실성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외교, 그 중에서도 고위급 소통 공백으로 인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외교안보라인 고위급 인사 방한에 긍정적인 기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정세 불확실성 등으로 고위급 대면 접촉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정부 고위 소식통은 “한국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던 트럼프 1기 때보다 대미 외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韓정치상황, 한미 고위급 소통에 영향”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있다. 2025.03.2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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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국에 고위급 연쇄 방한 의지를 내비쳐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소통 과정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의 방한 가능성이 계속 언급됐을 정도로 긍정적인 기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부에서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이 같은 기류가 고위급 접촉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나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은 이런 미 행정부의 우려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17개 미 정보기관을 지휘통솔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제외한 일본 등 4개국 순방을 최근 마쳤고, 다음 주 일본,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찾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순방 일정에서도 한국은 빠진 상황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미국 측 일정상 이유로 관련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월 루비오 장관은 취임 하루 만에 조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조 장관을 워싱턴DC으로 초청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입장에선 여러 인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방미를 선호한다”면서도 “미국 측에서 방미 추진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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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장관 방한 등과 함께 거론된 루비오 장관 방한 추진도 뒤로 밀리는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헤그세스 장관 방한이 추진될 당시 정부 내부에선 이를 계기로 루비오 장관 방한까지 성사시켜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됐지만 무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정부가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방한 성사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대외 상황 역시 미국이 한국과 대면 접촉을 포함한 긴밀한 고위급 소통을 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한 북한 상황을 미국 측이 트럼프 1기 때처럼 고위 당국자를 한국에 보내 대북 안보 메시지를 줘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1기 출범 직후인 2017년 미국 측은 국방장관-국무장관-부통령이 연쇄방한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게다가 미 행정부가 현재 북한 문제에 비해 우크라이나 종전, 중동 안정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1기 때와 달라진 미국 측 기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트럼프 전화통화도 당분간 어려울 듯

당장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과 지속 소통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확답이 없는 상태”라면서 “현 정세를 볼 때 빠른 시일 내에 통화를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일단 미 행정부 입장에서 국내문제나 관세정책,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인 우크라이나 종전, 중동 정세 등으로 인해 한국과의 통화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 권한대행 직무 정지로 지난해 12월 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직을 맡았을 때부터 정부 채널뿐만 아니라 대기업 채널 등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성사에 사활을 걸어 왔지만 미국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보고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본격적인 정상 등 고위급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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