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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1970년~80년대 이뤄진 해외 입양 사건 일부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국가 기관이 과거 시행된 해외 입양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고 국가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에는 앞서 뉴스타파가 폭로한 민간 해외입양 알선 기관의 불법적인 '기부금' 수취 문제도 포함됐다. 당시 일부 입양 알선 기관은 해외 입양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기부금'을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공식적인 수입을 창출했다. 아동 1인당 정해진 수수료를 초과하는 금액을 받고 기부금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번 진실화해위의 결정은 해외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결과 발표와 동시에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실화해위, 조사 개시 2년 7개월 만에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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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측은 이번 조사를 위해 국내 4대 입양 알선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고, 과거 입양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입양기관 및 복지시설 직원, 신청인 친생 가족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진실화해위, 8가지 인권침해 지적…뉴스타파 폭로 내용도 포함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2023년, 해외입양 관련 10편의 기획 보도를 통해 해외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심도있게 다뤘다. (관련 기사 하단) 입양 서류 조작 등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는 한편, 한국과 덴마크의 입양 알선 기관이 주고받은 문서를 단독 입수해 한국의 입양 기관들이 정해진 수수료 외에 ‘기부금’ 명목의 비공식 수수료를 취득하며 막대한 입양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한국의 입양 알선 기관이 거둔 아동 1인당 수수료는 공식 수수료의 3~4배에 달했다.
진실화해위는 1970~80년대 당시 해외 입양 과정에서 불법적 관행으로 수많은 인권침해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친생부모의 적법한 동의 없이 해외 입양이 진행되거나 무호적 상태의 아동을 입양보내기 위해 '고아 호적'과 같은 가짜 서류가 작성됐다고 밝혔다. 사고로 인해 미아가 된 아동이라면 친부모를 찾기 위해 시행되어야 하는 ‘부양의무자확인공고’ 절차도 사실상 요식 행위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입양 알선 기관은 입양 수속을 밟고 있던 아이가 사망하는 등의 경우, 다른 아동을 빠르게 입양 보내기 위해 아동의 신원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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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진실화해위가 지적한 8가지 해외 입양의 인권침해 문제는 ▲적법한 입양 동의 부재, ▲허위 기아발견 신고 등 기록 조작, ▲부양의무자확인공고 요식행위, ▲의도적 신원 바꿔치기, ▲양부모 자격 부실 심사, ▲후견인 직무 미이행, ▲양부모 수요에 맞춘 아동 대량 송출, ▲입양 알선기관의 부적절한 기부금 징수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입양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무를 방기했다"며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조사 및 후속대책 마련, ▲신원정보 조작 등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 ▲입양인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 ▲헤이그국제 아동입양협약 조속 비준 등을 권고했다.
덴마크 한국인 해외입양 단체 DKRG 공동대표인 피터 뮐러 씨는 이번 결정에 대해 "오늘이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고, 수십년 동안 많은 입양인들이 받아온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이정표"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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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년 7개월에 걸친 긴 조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진실화해위가 의결한 사례는 전체 367건 중 98건에 불과했다. 이중에서도 42건은 '진실 규명'이 아닌 '보류'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자회견 후반에 뒤늦게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기자회견 전날인 25일 해외입양 사례 98건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의결하는 회의를 했는데, 이중 42건에 대해서는 피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9인 중 5인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담당한 이상훈 상임위원은 이 같은 결정에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상임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어제 위원회 차원의 결정이 유감스럽고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방치 속에 수십년동안 각종 불법과 탈법이 발생했는데, 진실화해위가 그 안에서 피해자를 감별하고 피해에 대한 등급을 매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이 '보류' 결정에 손을 보탠 5인 중 하나였다. 박 위원장은 '어떠한 기준으로 42건에 대한 보류 결정을 내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체로 서류가 미비된 경우였다",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 사실이) 확인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사례자로 참석해 발언한 DKRG 공동대표 한분영 씨 역시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 씨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 해외 입양의 본질"이라며 "진실화해위는 자료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우리 입양인들을 영원한 불확실성 속에 남겨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씨는 아직 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지 않은 200건 이상의 사례를 언급하며 "아직도 많은 사건들이 조사되고 있지 않다. 진실화해위가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해외입양인 김유리 씨는 진실화해위의 권고 사항들을 지적하며 입양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실화해위에 당부했다. 그는 진실화해위를 향해 "권고들이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해외입양 피해자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트라우마를 다시 평가해 강화된 권고를 만들어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뉴스타파 이명주 sil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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