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뒤집고 무죄 판단 배경
“김문기 관련 발언, 행위 아닌 ‘인식’
골프사진도 원본 일부 떼어낸 조작”
백현동 용도 변경도 李 손 들어줘
“국토부, 성남시에 3차례 독촉공문”
2009년 윤두환 선거법 판례 들며
“중요부분 사실 땐 과장은 허위 아냐”
李, 무죄 선고 재판부에 ‘90도 인사’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26일 1심 재판부가 유죄로 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골프 발언과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있던 이 대표는 무죄 선고 후 퇴정하는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90도로 인사하고, 변호인단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 대표는 금일 2심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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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관련 발언은 “행위 아닌 인식”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4차례 인터뷰 등에서 ‘성남시장 시절엔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공표라고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재판에서 각각의 인터뷰 발언이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시장 재직 당시 김씨를 몰랐다’, ‘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씨를 알았다’는 공소사실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특정해 달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 각각의 개별 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기사회생한 李 “檢 더는 국력 낭비 말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26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사필귀정”이라며 “검찰은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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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는 김씨 관련 발언이 각각 공직선거법상 피의사실공표 ‘행위’가 아니라며 ‘인식에 대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국민의힘이)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다. 조작한 거다”라는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원본 중 일부를 떼내어 조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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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진이 조작된 것이므로 김씨와 함께 골프 친 사진이 아니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다른 해석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게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의심될 때는 피고인 이익이라는 원칙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해외 출장 중 고 김문기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SNS에 올린 박수영 의원의 게시물(왼쪽)과 실제 해외 출장시 찍힌 원본 사진. 법원은 크롭한 사진을 ‘허위’로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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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발언 “다소 과장, 허위 아냐”
재판부는 ‘협박 발언이 허위사실공표’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 판례”라고 짚었다. 이 대표가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을 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관적 표현”이라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고 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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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언급한 판례는 2009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윤두환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윤 전 의원이 18대 총선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약속을 담은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했단 혐의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도 인용됐다.
김현우·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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