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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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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대, 살길 찾아라"... 수장 바꾼 부산영화제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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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정한석, 제천 장항준 잇단 선임
    서울독립영화제 모은영 위원장 영입
    "영화 정체성 살리며 생존 모색해야"
    한국일보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시민들이 OTT 티빙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 광고판 옆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는 집행위원장 공석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로 치러졌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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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영화제들 수뇌부가 바뀌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정한석 새 집행위원장을 선임한 데 이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장항준 감독을 새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했다. 50년 전통 서울독립영화제가 다음 달 새 집행위원장 체제에 들어가기도 한다. 영화 산업 급변에 따라 영화제들도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기, 안팎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부산영화제 2년 만에 집행위원장 자리 채워

    한국일보

    정한석 신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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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화제는 정 위원장 선임으로 2년 가까이 지속된 내부 진통에 마침표를 일단 찍게 됐다. 부산영화제는 2023년 5월 허문영 위원장 자진 사퇴 후 2년 가까이 집행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부산영화제는 2023년과 지난해는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행사를 치렀다. 정 위원장은 2019년부터 부산영화제 한국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부산영화제는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새 집행부 체제 안착이 당면 과제다. 올해 30회를 맞는 영화제에 어떤 새 길을 내냐는 큰 숙제가 있기도 하다. 부산영화제에서 오래 일한 남동철,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최근 잇달아 퇴직하며 내부 역량이 약해지기도 했다. 부산 전국체전 일정(10월 17~23일)으로 영화제 개최 기간(9월 17~26일)을 여느 해보다 보름가량 당긴 점이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체제 재정비로 바쁜 상황에서 영화제 준비 기간은 더 짧아졌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학과 교수는 “정 위원장 선임으로 부산영화제 1세대가 완전 퇴진하게 됐다”며 “세대교체만으로 일단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제천음악영화제는 2년 만에 수장 교체

    한국일보

    장항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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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음악영화제는 이동준 집행위원장 임기(2년)가 종료되자 장항준 감독을 새 위원장을 맞았다. 제천음악영화제 측은 “장 감독의 예술적 비전과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화 ‘기억의 밤’(2017)과 ‘리바운드’(2023) 등을 연출하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 높은 장 감독의 대중성을 높이 산 선임으로 해석된다.

    겉으로는 자연스러운 교체로 보이나 영화계 시선은 곱지 않다. 영화인들을 지역 행사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다. 유명 영화음악가인 이 전 위원장은 2023년 조성우 당시 위원장이 조기 퇴진한 후 선임돼 영화제를 빠르게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동진(영화평론가) 전 제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위원장 임기는 보통 3, 4년인데 제천음악영화제는 2년으로 최근 줄었다”며 “임기 2년은 위원장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불가능한 기간으로 제천시가 영화제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새 집행위원장을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 프로그래머가 내정됐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위기에 놓여 있어 새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김동현 위원장이 8년 동안 이끌어왔다.

    OTT 급부상, 극장 불황... 영화제 새 길 찾을 때


    부산영화제와 제천음악영화제 등을 비롯해 국내 영화제들은 공통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과 극장 산업의 불황으로 영화 산업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한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들도 요즘 위기 의식이 강하다”며 “국내 영화제들이 새 길을 적극 찾아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1996년 출범한 부산영화제를 필두로 전국 곳곳에 생겨난 영화제들이 정체성 확인과 더불어 새로운 행사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도 하다. 김영진 교수는 “OTT 콘텐츠를 끌어안으며 영화(Cinema)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영화제들이 새로운 영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영화를 재평가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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